외교부는 19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 사진은 주한 이란대사관.(사진=연합뉴스)
외교부는 19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다시 설명했다. 사진은 주한 이란대사관.(사진=연합뉴스)

[국방신문=윤석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UAE 적은 이란’ 발언 여파로 한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양국 간 냉기류가 ‘한파’급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란의 항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해당 발언은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거듭 확인했다.

윤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 중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한 이란대사를 통해 나온 여러 입장을 보니 동결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우산 발언 등을 문제 삼은 것을 보고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오해를 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해였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에 우리 측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정확히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해가 풀리면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와 함께 “오해를 증폭시켜 문제를 어렵게 만들 생각은 양측 모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기대도 피력했다.

그러나 ‘이란 특사나 다른 고위급 회담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오버를 하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이 나왔던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아크부대 장병 격려 모습.(자료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이 나왔던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아크부대 장병 격려 모습.(자료 사진=연합뉴스)

이에 앞서 이란 외무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윤강현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이 언급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효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이날 윤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걸프 지역 국가들과 뿌리 깊은 우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걸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간섭”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윤 대사는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나자피 차관은 한국이 이란에 대해 “비우호적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고 항의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동참으로 한국 내에서 동결된 약 79억 달러 상당의 이란 자금 문제를 거론했다.

나자피 차관은 아울러 윤 대통령의 최근 자체 핵 보유 발언을 두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난다”며 새삼 문제를 삼았다.

이란 외무부의 한국대사 초치에 우리나라도 19일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적극 설명하는 등 사후 수습에 진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윤 대통령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이었다”며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설명했다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전했다.

임 대변인은 그러나 이란 외무부가 윤 대통령의 핵 보유 발언과 NPT 문제를 거론한데 대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문제 제기”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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