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요즘 제일 핫(Hot)한 해외파 축구선수는 이탈리아 리그 우승 주역인 나폴리의 김민재 선수다.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받아 빅클럽 이적설이 매일 스포츠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위치선정, 공중볼 경합, 몸싸움, 패스 성공, 태클 시도 등 탁월한 수비능력뿐 아니라 빌드업, 오버래핑 등 공격가담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유컨대,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세대는 김민재 같은 선수와 전략이 필요하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배당을 안정적으로 또박또박 받을 수 있는 인컴(income) 위주로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그렇다고 안전한 예금상품으로 운용하면 은퇴대비 자산이 별로 불리지 않고 인출로 빨리 줄어들게 된다. 지키기에 급급한 나머지 승리를 놓칠 수 있다.

은퇴를 앞둔 세대들은 은퇴 이후 삶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을까?

2022년 미래퇴직연금센터가 은퇴를 앞둔 4050세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은퇴 자신감 서베이’를 실시한 결과 은퇴 자신감이 낮은 그룹은 은퇴 후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장 저해하는 첫 번째 요소로 ‘은퇴자산·소득 부족’(44.6%)을 꼽았다.

은퇴 자신감이 높은 그룹은 은퇴자산 부족(12.1%)보다는 건강 우려(44.7%)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만큼 돈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상식적인 얘기다.

서울시가 조사한 서울시민 은퇴 후 적정 생활비 조사(2022년 기준)에 따르면 50대 이후는 200~350만원이 전체의 69%를 차지했다. 50만원 구간별로 조사한 분포를 평균하면 약 250만원으로 나타났다.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현역에서 은퇴했거나 제2, 제3의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도 근로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를 미리미리 준비하도록 조언하지만,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비 등으로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소득이 많든 적든 아직은 본격적으로 연금을 인출할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현장에서 사실상 은퇴하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으로 생활해야 한다. 은퇴대비 자산이 충분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은퇴 후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어떻게 잘 운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글로벌 축구커뮤니티 스코어90가 김민재 선수를 월드 베스트11에 선정했다. (사진=스코어90 SNS 갈무리)
글로벌 축구커뮤니티 스코어90가 김민재 선수를 월드 베스트11에 선정했다. (사진=스코어90 SNS 갈무리)

축구로 말하자면 후반전도 절반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다. 득점이 많든 적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할 필요는 없다. 득점을 할 수도 있지만, 실점을 해서 이긴 게임을 질 수도 있다. 수비 위주의 안전한 승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철벽 수비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젊을 때는 장기 적립식으로 글로벌인덱스펀드나 TDF2045~2050으로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MZ세대야 장기간에 걸쳐 적립식으로 투자하므로 주가가 폭락해도 오히려 저가로 매수할 기회다.

은퇴세대는 주식 비중이 높은 투자상품에 많이 투자하면 연금자산에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회복할 시간이 많지 않다. 생활비를 위해 매달 인출도 해야 한다. 리스크자산에 많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본능이고 상식이다.

전문가들은 은퇴세대는 채권이나 리츠 등 이자나 배당을 주는 인컴형 자산에 약 70%,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상품에 약 30% 정도 투자하도록 권고한다. 안정적으로 인컴을 올리고, 일부를 리스크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은퇴세대에게는 TDF2020~2025가 적절한 상품이다.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리스크자산을 조정하여 자산을 배분해주는 투자상품이다. 예를 들어 TDF2025는 은퇴시점인 2025년에 약 30%는 주식 등 리스크자산에, 나머지 70%는 채권이나 리츠 등 인컴형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TIF20(Target Income Fund)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은퇴 후 인출에 대비하여 이자나 배당 위주로 펀드를 운용하는 상품이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탁액이 많지 않다. TIF 다음에 붙는 숫자 20은 주식 등 리스크자산에 투자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한국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맥쿼리인프라 장기 주가 흐름도.(사진=미래에셋증권 제공)
한국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맥쿼리인프라 장기 주가 흐름도.(사진=미래에셋증권 제공)

개별적으로 인컴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마련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맥쿼리인프라펀드(이하 ‘맥쿼리’라고 함)나 개별 리츠종목 또는 리츠ETF를 많이 추천한다.

맥쿼리는 주로 국내 고속도로, 유료도로, 항만, 도시가스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다. 주가 변동성이 크지 않고 안정적인 배당을 통해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은퇴세대뿐만 아니라 MZ세대도 은퇴 대비하여 선호하는 종목이다.

최근 10년간(2013~2022년) 연도별 평균주가 대비 배당수익률이 평균 6.3%다. 2016년 4.7%, 2015년 5.9%를 제외하고는 모두 6%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보였다. 1만원에 매수하여 보유한 투자자라면 매년 7%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기대된다.

맥쿼리 또한 주식이므로 주가 변동은 피할 수 없다. 과거 10년간 전년말 종가 대비 연도별 최고치와 최저치의 등락률의 평균은 각각 +15.6%와 (-)6.6%를 보였다. 과거 흐름으로 볼 때 변동성이 그리 크지 않고 비교적 오른 경우가 많아 주가 오르내림에 예민할 필요는 없다.

시장 흐름을 예측하여 고가에 팔고 저가에 사거나, 배당 기준일 전에 매도하고 나중에 다시 사 차익을 챙기는 매매전략은 계속해서 성공하기 어렵다. 매수한 후 장기 보유하는 것이 마음 편한 투자다. 퇴직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체하여 새롭게 매수할 때는 여러 차례 나눠서 사는 것이 분산투자 원칙에 부합된다.

여러 리츠종목에 투자하는 TIGER리츠부동산인프라ETF(이하 ‘리츠ETF’라고 함)도 많이 추천된다. 맥쿼리 비중이 약 17%로 가장 높고 나머지 13개 리츠종목을 포함하여 총 14개 종목으로 구성된 ETF로 개별 리츠종목 투자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리츠ETF는 월 단위로 분배금을 지급한다. 구성 종목의 배당 시기와 배당액에 따라 매달 편차가 있다. 최근에 리츠 주가가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지난해 세계적인 금리상승으로 많이 떨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리츠ETF의 배당수익률이 오히려 높아져 연 5~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맥쿼리나 리츠ETF 주가가 오르내려 연금자산이 평가이익이나 손실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주가 변동성은 일반주식보다는 낮다. 장기간 보유하여 배당을 받기 위한 투자이므로 그 정도 가슴 졸임(변동성)은 견뎌야 높은 배당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맥쿼리나 리츠ETF는 주식형 펀드처럼 리스크자산으로 분류된다. IRP에서는 최대 70%까지만 편입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안전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IRP 포트폴리오(portfolio)는 맥쿼리 40%, 리츠ETF 30%, TDF2020~2025 30%로 구성할 수 있다. 가장 심플하고 수비 위주의 승리전략이 잘 구축된 포트폴리오로 여겨진다.

TDF상품을 조합하여 추가 득점을 노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TDF2025(수비형 미드필더), TDF2030(공격형 미드필더), TDF2040(공격수) 각각 10%로 구성할 수 있다. 각자의 성향에 따라 기용하는 선수를 달리하면 된다. TDF2030는 주식이 50% 정도 편입되어 있어 세계 주식시장 동향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떠오르는 신예 공격수나 월드클래스 공격수를 기용하여 추가 득점을 노린다면 수비진용을 조정해야 한다. 30% 비중인 안전자산에 TDF2020을 편입하여 확실하게 수비수로 자리매김하고, 50%는 맥쿼리와 리츠ETF에 투자하여 강력한 수비진용을 구축한다.

나머지 20%는 2차전지, AI 관련, 글로벌하이테크, 미국빅테크기업TOP10 등 혁신성장산업 ETF나 펀드에 투자하여 추가 득점을 노린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만, 혁신성장산업에 장기 투자하여 연금자산 증식을 꾀하도록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연금저축을 활용하여 ‘투트랙(two-track)’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 대체로 DB나 DC퇴직금이 이체되는 IRP가 연금저축보다 금액이 많다. 따라서 IRP는 안정적인 인컴추구 전략으로, 연금저축은 적극적인 수익추구 전략으로 구분하여 운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맥쿼리인프라의 투자자산 중 하나인 인천고속도로 전경. (사진=맥쿼리인프라 제공)
맥쿼리인프라의 투자자산 중 하나인 인천고속도로 전경. (사진=맥쿼리인프라 제공)

IRP는 심플하게 맥쿼리와 리츠ETF로 70%, TDF2020~2025 30% 운용한다. 반면 연금저축은 2차전지, AI 관련, 글로벌하이테크, 미국빅테크기업TOP10 등 혁신성장산업 ETF나 펀드로 운용한다.

물론 공격에 치중하면 실점을 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인컴 자산 위주로 투자하여 수비를 튼튼히 하되, 혁신성장산업에 일부 투자하여 추가 득점을 노리는 전략이다.

연금자산을 잘 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인출할 때도 노하우가 필요하다. 퇴직하면 DB나 DC계좌에서 퇴직금과 퇴직소득세가 확정된다. 퇴직소득세는 다른 소득과 구분하여 과세되는 분류과세로 근무기간을 고려하여 세율이 그리 높지 않다.

IRP계좌로 이체되어 퇴직금을 운용할 때 조기에 퇴직연금 인출을 개시하는 것이 세금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방법이다. 퇴직 후 새로운 직장을 다니거나 다른 소득이 있더라도 조금씩 인출을 시작하는 편이 낫다.

IRP계좌가 개설된 금융기관에 인출 개시를 신청하여 매달 1만원씩 인출하거나 연간 한 번만 인출해도 인출연수가 쌓이게 된다. 인출을 개시한 후 10년간은 애초 퇴직소득세의 30%, 그 이후는 40%를 감면받는다.

예를 들어 퇴직소득세율이 6%가 적용되었다면, 인출 후 10년까지는 4.2%, 그 이후는 3.6%가 적용된다. 매달 200만원을 인출한다면 30%와 40%의 세금감면 차이는 연간 144,000원으로 큰돈은 아니지만 아끼는 편이 낫다.

연금저축과 개별납입 IRP는 종합과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연간 1200만원 이내로 인출하면 70세까지는 5.5%, 80세까지는 4.4%, 그 이후로는 3.3% 세금이 부과된다. 1200만원을 초과하여 인출하면 국민연금이나 나머지 소득과 합산하여 종합과세된다.

연금저축과 개별납입 IRP 금액이 상당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기에 인출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 종합과세 대상이 되더라도 여러 공제가 적용되어 세율이 크게 높지는 않다. 세율이 높게 나오면 15.4% 기타소득세로 분리하여 세금을 내면 된다.

퇴직연금 인출방법으로 일정한 금액을 인출하는 정액법, 일정한 비율로 인출하는 정률법이 있다. 정액법으로 인출한 후 주가가 여러 해 계속해서 하락하면 연금자산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정액법의 위험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물론 연금자산이 크게 감소하면 인출규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가가 수년간 계속해서 하락하여 연금자산이 지속해서 크게 감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컴형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매년 나오는 배당금과 연금자산 중 일부를 인출하게 되므로 연금자산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다. 게다가 주가라는 게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므로 여러 해 지속해서 하락할 가능성도 작다.

예를 들어 연금자산으로 IRP 3억원, 연금저축 1억원을 모은 상태에서 퇴직하여 다른 소득은 없고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앞에서 제시한 심플한 포트폴리오로 IRP 3억원 중 70%인 2억1000만원을 맥쿼리와 리츠ETF에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TDF2020에 투자한다.

인컴형 자산의 배당수익률은 연 6% 정도로 예상되어 연간 약 1260만원의 배당이 기대된다. 매달 세후 약 100만원을 인출해도 퇴직연금 원본은 유지될 수 있다. 물론 주식시장 변동에 따라 퇴직연금 평가금액은 달라진다.

직장생활을 30여년 했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배당금을 더하면 서울시민 적정 생활비 250만원을 만들 수 있다. 생활비로 부족하면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에서 추가로 더 인출하면 된다.

연금자산에서 매달 200만원씩 필요하다면 몇 년 동안 인출할 수 있을까?

심플한 포트폴리오의 기대수익률은 약 6%로 예상된다. 이론적으로는 연금자산 총액 4억원을 기대수익률 연 6%로 불리면서 매달 200만원을 인출하면 연금자산 원본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인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매달 250만원씩 인출하면 27년이 지나면 연금자산이 소진될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시시각각 시장이 변동하므로 연금자산 평가액도 매일 달라진다. 인출하는 과정에서 연금자산 평가액이 늘어날 수도 있고 인출금액보다 더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다만 배당소득으로 인출금액의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어 연금자산 원본 감소폭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평균 기대수명이 갈수록 늘어나 퇴직 후 연금자산 운용은 20년 이상의 장기전이다. 젊은 세대와 다른 점은 연금자산을 인출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장기전임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비를 통한 인컴추구 전략을 주축으로 하되, 일부는 공격을 통한 수익추구 전략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을 통한 철벽수비 전략은 추가 실점은 없지만 사실상 지는 게임이나 다름없다.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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