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베이비붐 세대는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반강제적으로 예금통장을 만들고 예금을 했다. 코 묻은 돈으로 조그마한 목돈을 모으는 길이고, 국가적으로는 ‘공업입국(工業立國)’ 건설을 위한 산업자금 조달에 일조하는 일이기도 했다.

요즘 초등학생은 금융교육 자매결연 맺은 은행 지점을 방문하여 예금통장을 만드는 과정과 목돈 마련을 위해 적금 드는 법을 배운다. 사실상 금융의 첫걸음마를 떼는 모습이다.

MZ세대는 손안에서 순식간에 재테크를 한다. 고금리 상품 외에 주식, 채권, 펀드, 코인, 조각 투자까지 거침이 없다. 군인들도 근무 일과가 끝나면 최전방에서조차 보통 저녁 6~9시까지는 휴대전화(핸드폰)를 사용할 수 있다. 예약주문이 가능하여 손안에서 우리나라 주식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이나 코인 거래도 가능하다.

입대한 후 ‘장병내일준비적금’을 들면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여 은행들은 군인을 위한 우대금리 적금상품을 내놓고 있다. 예·적금 금리가 2% 안팎이었을 때에도 약 4~5%의 우대금리를 줬다. 월급을 저축해서 제대 후에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매달 한 은행에 20만원 한도로 최대 4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보통 두 개 은행에 20만원씩 납입하면 제대 후에 약 750만원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매월 40만원씩 육군 현역 복무기간인 18개월간 적금을 넣으면 원금은 720만원, 5%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이자는 28만5000원, 총 748만5000원의 목돈이 된다. 과거 평균적인 금리 수준인 2%를 적용하면 이자가 11만4000원으로 총 731만4000원이다. 우대금리로 더 받게 되는 이자는 17만1000원으로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큰돈도 아니다.

지금이야 고금리 시기이지만 5% 우대금리는 군인이기 때문에 특별히 혜택을 준 금리다. 길어야 21개월, 가입금액이 최대 4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은행으로서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미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2022년부터는 장병적금에 가입하면 재정지원금으로 금리를 1% 더 주고, 나중에 원리금의 33%를 매칭지원금(이른바 ‘3:1 매칭지원금’이라고 함)으로 받는다. 매칭지원금은 목돈 마련을 통해 장병들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예산에서 지급하는 혜택이다.

매월 40만원씩 18개월간 납입하면 원금은 720만원, 우대금리 5%를 적용하면 이자는 28만5000원, 재정지원금 1% 추가 금리로 5만7000원, 매칭지원금은 248만8860원, 모두 합하여 총 1003만860원의 목돈이 된다.

우대금리 5% 외에 재정지원금과 매칭지원금을 합하면 총 수익률은 연 50%에 달한다. 금융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확정 수익률이다. 군인들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다. 장병적금에 가입하지 않으면 재정지원금과 매칭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예전에는 그냥 우대금리 혜택만 있어서 적금에 가입하지 않아 발생하는 기회손실은 17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지원금이 도입되면서 기회손실이 약 255만원으로 늘어나 놓치면 안 되는 큰돈이다.

제대하면 약 1000만원의 목돈이 생긴다.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가져다 쓰더라도 당연히 한도 40만원을 꽉 채워 가입해야 한다. 2023년부터 정부매칭지원금이 71%로 확대되어 나중에 받는 총액은 1290만원, 총 수익률은 연 100%에 달한다. 장병적금을 들지 않아 발생하는 기회손실은 약 541만원으로, 거의 국립대 연간 등록금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확정 수익률이다. 장병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리스크가 큰 증권시장에서 과거 10년간 연간·종목수 기준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확률은 약 5%에 불과하고, 반대로 50% 이상 손실을 본 확률도 약 4%에 달했다.

제대 후 마련된 목돈은 학자금이나 생활비 또는 여행경비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니면 미래를 위해 종잣돈(seed money) 삼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수도 있다.

2018년 8월 28일 국방부 전시실에서 기찬수 병무청장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이 장병 목돈마련 지원을 위한 ‘장병내일준비적금’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2023년 3월 23일 금융위에서도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위한 ‘청년도약계좌’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년 만기 적금상품으로 고정금리(3년)·우대금리·비과세가 적용되고 매달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매달 40만원까지는 정부기여금 매칭비율이 6%로 기여금은 월 2만4000원 한도로 지급된다. 매달 40만원씩 우대금리 4%로 5년간 납입하면 원금은 2400만원, 기여금은 144만원, 기여금과 이자를 더하여 만기에 받는 총액은 2802만6400원이다.

연 환산 금리로는 6.6%에 달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기여금으로 받게 되는 금액은 158만6400원(이자 포함)으로 연간 약 3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그리 큰돈은 아니다.

매달 70만원을 가입하면 정부기여금 매칭비율은 3%로 기여금이 월 2만1000원 지급된다. 매달 70만원씩 우대금리 4%로 5년간 납입하면 원금은 4200만원, 기여금은 126만원, 기여금과 이자를 더하여 만기에 받는 총액은 4765만8100원이다.

연 환산 금리로는 5.3%에 달해 높은 수준이다. 정부기여금으로 받게 되는 금액은 138만8100원(이자 포함)으로 연간 약 27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원금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시중에는 고금리 특판 예·적금 상품이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자세히 따져보면 납입한도 외에도 카드사용이나 급여이체 등 우대금리 조건이 도사리고 있다. 행운번호에 당첨된 경우에만 고금리를 적용받는 경우도 있다.

최근 금리가 안정되면서 시중에는 5% 고금리 상품이 사라졌다. 그래도 여전히 5% 고금리를 내거는 상품을 보면 월 가입한도가 20만원, 가입기간도 1년 정도다.

3.5% 수준의 일반적인 금리와 5% 고금리의 차이가 얼마나 될까? 1년간 20만원을 납입하면 원금은 240만원이다. 5% 고금리를 적용하면 이자는 6만5000원, 3.5% 일반금리를 적용하면 이자는 4만5500원이다. 그 차이는 1만9500원으로 커피 서너 잔 정도의 적은 금액이다.

가능하지도 않지만 매달 100만원씩 1년간 넣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자 차이는 4만7500원밖에 되지 않는다. 매달 20만원씩 10년간 5% 고금리로 넣을 수 있다면 2.5% 일반금리와 이자 차이는 302만5000원이다. 상당한 액수로 보이지만 연간으로 따지면 약 30만원으로 이 또한 큰돈이 아니다.

고금리 적금상품으로 가입금액 한도가 매달 100만원, 30년간, 5% 고금리를 보장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원금의 합계는 3억6000만원이다. 5% 고금리 이자는 2억7075만원, 2.5% 일반금리 이자는 1억3537만5000원으로 그 차이는 1억3537만5000원으로 엄청나다.

결국 고금리 상품을 쫓아다녀도, 정부가 지원금을 줘도 돈이 크게 불리지 않는다. 은행이 장기간 고금리를 제공할 수 없고, 정부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금을 줄 수 없다.

최근에는 보기 드문 고금리 시기다. 이러한 고금리가 수년 이상 지속되기는 어렵다. 예금금리도 5%를 넘다가 지금은 4% 주는데도 찾기 어렵다. 5% 고금리를 계속 누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굳이 여러 사례를 살펴본 이유는 아무리 고금리라 하더라도 기간이 짧으면 효과가 작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나아가 아무리 기간이 길더라도 금리 자체가 낮으면 이 또한 돈이 실감 나게 불리지 않는다. 높은 금리로 장기간 돈을 불려야 효과가 크다.

자산을 증식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손실 볼 위험 없이 안전하게 은행에 적금하는 방법과 손실 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투자기간, 투자목적, 투자성향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은행 적금으로는 자산을 충분히 불릴 수 없다. 고금리 상품은 만기가 짧다. 30년 정도 장기간 고금리를 주는 상품은 세상에 없다. 금융시장에서 고금리가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금리는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 2~3%가 될 것이다. 그 정도 금리로는 아무리 오랫동안 적금을 넣어도 돈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통상 2%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1%가 될까 말까다. 30년 적금을 들어봐야 실질이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아무리 장기로 적금을 넣어봐야 구매력으로 볼 때 원금에서 많이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30년 정도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해야 자산을 실감하게 증식할 수 있다. 투자의 대가나 전문가들은 저비용 분산투자를 위해 글로벌 인덱스펀드나 TDF(Target Date Fund) 투자를 많이 권장하고 있다. 과거 30년간을 대상으로 분석한 증권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연 8~10%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매달 100만원, 30년간 적립식으로 글로벌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고 기대수익률 연 10%로 계산하면, 원금은 3억6000만원, 이익금은 19억1933만원으로 총 22억7933만원(월복리로 계산한 것임)의 어마어마한 목돈이 된다.

장기간 투자하면 적금의 이자에 해당하는 이익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금액이 불린다. 이는 당연히 보장되거나 확정된 수익률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은 선택에 달려 있다.

3년 또는 5년 후 목돈 마련을 위해 적립식 펀드만을 선택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리스크가 있다. 과거 분석에 따르면, 3~5년간 투자하면 이익 볼 확률이 훨씬 높지만, 손실 볼 확률도 10%가 조금 넘는다. 확정금리 적금과 리스크 상품인 적립식 펀드를 반반씩 나눠서 넣는 것도 적절하게 리스크를 줄이면서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하나은행은 병역의무 이행자의 전역 후 사회진출 지원을 위한 목돈 마련 비과세 상품인 ‘장병내일준비적금’의 비대면 가입 서비스를 4월 4일부터 제공하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제공)

정부가 장병들이나 청년들에게 목돈마련을 위해 고금리 적금상품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원금을 제외하면 지원금 자체는 자산 증식에 큰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다.

적금상품에 정부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젊은 세대에게 안전한 상품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지는 않을까?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금을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혹시 리스크를 감당하고 투자상품에 투자하는 경험과 기회를 줄이는 것은 아닐까?

젊은 세대들이 목돈을 마련하고 자산을 형성하기 위해서 일시적인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기보다는 리스크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감당하고 장기적으로 투자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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