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한국과 방위비분담 협상을 조기 타결하겠다고 천명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22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을 받음에 따라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국제사회의 현안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동맹을 복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미 방위비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병력 철수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지 않고 동맹을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상원 인준 하루 뒤인 23일 서욱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서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한미동맹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이자 가장 모범적인 동맹”이라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t)’를 통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강조했다.

확장 억제는 한국이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을 받는 경우 미국은 핵우산,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4일 전화 통화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양국 국방 당국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4일 전화 통화에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양국 국방 당국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도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조기에 타결짓겠다”고 밝히는 등 동맹 강화 의사를 강조한 바 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인준청문회에 맞춰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 자료에서 동맹과 협력을 강조하면서 “인준이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국 대응을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 강화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본 방침을 재확인하는 맥락에서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조기 타결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위비분담 협상 타결 시점 등과 관련해서는 오스틴 장관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폭 증액 압박으로 표류하던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은 분명하다.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은 2019년 말 협정 유효기간이 종료된 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폭 증액 요구 속에 표류해왔다. 한국의 13% 인상안 제시와 미국의 50% 인상안 요구 이후 사실상 협상이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한국이 분담하는 방위비는 지난 2010년 7904억원에서 2018년 9602억원으로 늘었으며, 협정 유효기간이 종료된 2019년에는 1조389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르며 1조원대에 진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주일 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과 주아프가니스탄 부차석대사 등을 지낸 도나 웰턴을 새 방위비분담 협상대표로 임명하고 돌파구를 찾으려 했으나 양측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방위비 협상은 또다시 공전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 동맹을 상대로 그동안 미국을 “뜯어먹었다”고 노골적 표현까지 써가며 무역조건 개선과 방위비 증액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포함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전시작전권 전환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전략적 검토를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비상식적 수준의 분담을 요구하며 압박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동맹 정책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수준을 제시할 경우, 장기 교착 상태인 협상이 빠른 속도로 진전돼 어렵지 않게 타결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우리 정부도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을 중시하는 외교 전략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30일 한국측 협상대표인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를 앞세워 한미 양측 협상단 간 화상협의를 개최하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현황을 점검했다.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과 관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해외에 주둔한 미군에서 돈을 벌려는 트럼프의 시도를 폐기하고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주둔국의 지원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추구할 것 같다”면서 “한국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위협도 중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고통 분담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갈취하려는 어떤 의지도 없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매우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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