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북 ‘새로운 접근법’이 올 여름까지도 가닥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대북정책이었던 ‘기다리며 지켜보기’ 접근법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유엔대사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일(현지시간) 대북 문제에 있어 동맹국들과 함께 하는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계속 압박해 가겠다고 밝혔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원칙에 입각한 외교에 관여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그리고 비핵화한 북한을 향해 계속해서 압박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과 조율·공조를 통한 원칙적인 대북 관여 정책을 세워 비핵화 목표를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는 기조를 강조한 것이지만, 지난 1월 20일 바이든 정부 출범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내용이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방향만 잡았을 뿐, 현재까지 명확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이날 발언은 ‘동맹과 조율·공조’, ‘원칙적인 대북 관여 정책’, ‘비핵화 목표 계속 추구’에 방점을 두지만,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는 점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기다리며 지켜보기’ 기조의 대북전략을 시도했다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접근을 끌어내지 못했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 행정부의 정권 초에 도발한 전례가 다수 있는 만큼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아직 이런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2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 통화에서도 감지된다.
서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와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관련 동향을 공유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으나 알맹이는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한미가 지속해서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으나, 이는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서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직후인 23일에도 통화하고 취임 축하 인사와 함께 한반도 평화 정착을 비롯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2월 4일 정상통화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한 협력과 아울러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20일 출범 후 ‘새로운 전략’을 언급하며 대북정책을 검토 중인 가운데 아직 북한과 공식 접촉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바이든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와 김정은 북한 정권 간 공식적 접촉이 없었고, 중국과도 이 문제에 관해 실질적 소통이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아직 이 수준에 머물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 협의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로긴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올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미국의 오랜 침묵은 북한의 새로운 핵실험에서 나오는 요란한 폭발음으로 깨질 수 있고, 이 경우 실질적 진전을 얻기 어려운, 익숙한 긴장 상승의 사이클을 유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도 시간의 압박이 나오고 있다”며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화는 유산이 될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정치적 절박성은 바이든 대통령의 신중한 절차와 직접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긴은 “평양과 서울의 인내심은 약해지고 있다”며 “바이든 팀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기다리며 지켜보기’ 접근법의 반복이 작동하지 않을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를 피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갖고 외교적으로 다시 관여해야 한다”며 “바이든 팀은 미국과 동맹에 대한 위협이 훨씬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하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