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방첩사령부는 국군정보사령부 해외 요원들의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방첩사 상징 조형물 모습. (사진=방첩사 누리집 갈무리)
국군방첩사령부는 국군정보사령부 해외 요원들의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방첩사 상징 조형물 모습. (사진=방첩사 누리집 갈무리)

[국방신문=조구현 기자]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해외 요원들의 ‘인적 정보’(휴민트·HUMINT)를 비롯한 기밀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돼 군의 해외정보망 ‘대붕괴’ 우려가 나온다.

이번 기밀 유출로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이른바 ‘블랙요원’들의 정보까지 북한으로 넘어간 정황이 포착돼 군의 대북·해외 첩보 활동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심지어 군의 해외 정보 담당 정보기관, 즉 첩보부대인 정보사가 국내 다른 정보기관의 북한 정보기관 해킹 과정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유출 명단’을 발견하고 국군방첩사령부가 수사를 개시하기 전까지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요원들을 위험에 노출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최근 정보사 소속 요원의 신상과 개인정보 등 기밀 사항이 유출된 사실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정보사는 요원들을 급거 귀국시키고 대외활동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신분이 노출된 요원은 재파견이 불가능해 군의 정보망 붕괴 및 그에 따른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방첩사는 정보사에서 근무하는 군무원 A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정확한 유출 내용과 이를 넘겨받은 중국동포(조선족)의 정체 등을 수사해 왔다.

A씨는 올해 수차례에 걸쳐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블랙요원 리스트와 전체 부대원 현황 등 2~3급 기밀 여러 건을 출력했고, 이를 파일 형태로 성명불상의 중국동포에게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방첩사는 북한 정보기관 네트워크에서 발견된 명단을 역추적해 정보사 군무원 A씨를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이날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방첩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군무원 A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보사는 소속 요원들의 신상정보 등이 북한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방첩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대북 정보활동을 이어감으로써 블랙요원들을 큰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출 정보는 최대 수천 건에 이를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A씨는 군 간부 출신으로, 전역 후 정보사 군무원으로 재취업해 해외 공작 담당 부서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출된 파일에는 외교관 신분 등으로 활동하는 ‘화이트 요원’ 외에 신분을 위장하고 비밀리에 활동하는 정보사 소속 블랙요원의 본명과 나이, 활동 국가 등 구체적인 정보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정보본부 예하의 정보사 요원들은 각국 주재 대사관에서 외교관 등의 신분인 ‘화이트 요원’과 정부기관과 관련 없는 사업가 등으로 위장한 ‘블랙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화이트 요원은 외교관 신분으로 면책특권이 있어 외국에서 첩보 활동을 하다 문제가 되면 추방 형식으로 강제귀국하지만, 블랙 요원은 발각되면 간첩 혐의 등으로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는다.

군 관계자는 “방첩사는 해당 사안을 사전에 인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적법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는 자신의 노트북이 북측에 해킹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는 A씨의 주장대로 해킹이었을 가능성과 노트북에 자료를 담아 해킹되도록 의도적인 방치를 했을 가능성 등 모든 상황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애초에 보안자료는 개인 노트북에 저장이 금지돼 있다.

방첩사는 아울러 정보 유출 과정에서 A씨 외에 내·외부 조력자가 있었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한편, 방첩사는 보안사령부·기무사령부의 명맥을 잇는 방첩기관으로 군사보안 및 군내 방첩, 군 관련 첩보 수집 및 처리, 특정 범죄 수사, 장성급 장교 감찰 등의 국내 관련 군 첩보·방첩·수사 임무를 담당한다.

정보사는 군의 해외 정보 담당 정보기관으로, 외국 등에서 대북 공작, 통신 감청으로 대북 정보를 수집하는 공격 임무를 맡는다. 정보사는 2000년 이후부터 북파 공작원을 보내지 않고 북한과 가까운 중국 등에서 대북 정보 수집, 대북 공작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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