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사진=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트위터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사진=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트위터 갈무리)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할 때 북한의 악의적인 해킹 관행도 살펴보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와는 다른 새 접근법을 찾으면서 ‘대북제재’ 강화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의 소니픽처스 해킹이 발생한 2014년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듬해인 2015년 북한 정찰총국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북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 법무부의 북한 해커 3명에 대한 기소와 관련해 “우리의 대북정책 검토는 북한의 악의적인 활동과 위협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물론 우리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자주 얘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의 악성 사이버 활동은 우리가 주의 깊게 평가하고 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이날 전 세계의 은행과 기업에서 13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리거나 빼돌리려 한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한 이들이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도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보내 정보를 훔쳐 가는 ‘스피어 피싱’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12월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기소된 해커는 박진혁, 전창혁, 김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 사건(자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게 없다”며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이 미국을 위협하고 전 세계의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금융기관에 상당한 사이버 위협을 가하고 있고, 이는 여전히 사이버 첩보 위협으로 남아 있다”면서 “북한은 파괴적인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그런 사례 중 몇 가지는 상당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번 기소는 2014년 발생한 소니픽처스 사이버 공격에 연루된 박진혁을 미 정부가 2018년 기소한 사건을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박진혁에 대한 기소는 미국이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북한 공작원을 상대로 처음 기소한 사례였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 이듬해인 2015년 북한 정찰총국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북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법무부의 공소장 공개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북미관계 설정에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를 비롯한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짚어보고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겠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북한 비핵화 문제가 전 정부들을 거치면서 더 악화한 나쁜 문제”라면서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새 접근법과 관련해 블링컨은 ‘추가 제재’와 ‘외교적 인센티브’를 언급하며 당근과 채찍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겠다는 점도 시사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전 정부의 길을 걷지 않겠다는 신호를 수차례 보냈기에 트럼트 방식의 평화적 대북정책에 상당한 수정이 가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폭력배’로 칭하고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에 시간만 벌어줬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이는 북미 싱가포르 합의 등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이어가자는 한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전략과 엇박자를 보이는 대북정책이다.

미 의회조사국은 지난 2일 바이든 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에도 제재 완화를 선호하는 한국과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의 새 대북정책 밑그림에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감안될 것으로 알려져 대북압박 완화와 북미 정상회담 형식의 평화적 대북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게다가 북한은 전략무기 개발 박차를 천명하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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