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초 몽골제국의 ‘칭기즈 칸’이 빠른 속도로 광활한 유라시아 주요 도시지역을 차례로 점령하며 지배했던 이유는 상대를 압도하며 시대를 앞선 전투력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길도 없는 넓은 초원지대에서 말을 타고 달렸던 능력을 소유한 유목민들을 마상에서 칼과 활을 적절하게 다루도록 훈련하고, 공격 전에 상대국가에 극심한 공포감을 유발해 전쟁 의지를 떨어뜨린 것이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또다른 중요한 것은 통신이었다.

현대통신의 중계기처럼 주요 지점마다 역참(숙소 및 말과 사람을 배치)을 설치해 통신수단으로 활용했다. 말과 사람이 교대로 끊임없이 달려가 보고와 지시를 통해 빠르게 공격할 수 있었고, 상대는 몽골군이 쳐들어온다는 정보를 보고받기도 전에 공격당했다는 기록이 여러 곳에 있다.

결국 몽골군의 기마전술과 빠른 통신수단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전쟁의 양상은 전차를 앞세운 압도적인 장비와 병력의 숫자였다. 당시의 독일과 소련의 전차 기세는 대단했으며, 6.25 전쟁 당시만 해도 북한군이 소련제 전차를 앞세워 남침을 감행해 수도 서울은 3일 만에 함락되고 폐허가 되었다.

당시 한국군은 전차에 대응할 마땅한 무기조차 없어 수류탄과 몸으로 막아내는 뼈아픈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나타나듯 전력 차이가 큰 러시아의 그 유명했던 대규모 전차부대는 도시지역 전투를 위해 진입하기도 전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의 전차는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했으며, 공격헬기 역시 우크라이나군의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소형드론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의 언론과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고질적인 중앙집권적 병폐와 병참 능력 부족과 대대 전투단위의 전투능력 한계 등을 다각적으로 거론했지만, 필자는 현대전에서 전차 기능은 과거와 다르게 다소 평가절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장갑 능력을 보강하고 연막탄을 사용하며 회피기동을 한다 해도 매복하고 있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극복하기란 어렵고, 특히 아파트가 밀집한 도심지역 전투에서 전차의 기동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국가에서 이번 전쟁을 교훈으로 삼아 전차를 이용한 기갑전투 방식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육군의 주력부대가 공격헬기와 기갑부대로 편성돼 있어 대전차 무기 대응 등 대폭적인 전술적 보완이 다급해진 상황이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과 군부 측에서 심도있는 연구와 대응책을 당장 내놔야 한다.

북한군의 보병은 휴대용 RPG계열 대전차 미사일을 자체 개발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거나 운용 중인 모든 기갑장비와 헬기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특히 북한군이 분대 단위로 보유하고 있어 도시지역 전투에서 매복하고 신속하게 기동하며 주요 건물과 차량을 파괴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전은 과거의 산악지역에서 하던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쟁이 아닌 인구 밀집 지역인 도시지역 선점으로 전투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것으로, 결국 우크라이나가 주요 도시를 끝까지 사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경우도 북한의 특수부대 활동과 무차별적인 장사정포와 미사일 공격이 인구 밀집 지역에 가해지면, 피난도 갈 수 없어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힌 시민들은 결국 인질처럼 도시에 갇혀있는 상황이 될 것이고, 우리 군은 과감한 공격과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북한 특수부대는 도시지역에 잠입해 아군 군복을 입거나 민간인으로 위장해 은신하며 기습공격을 하거나 주요 건물을 폭파하고 요인암살을 할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예비군훈련이 오는 6월부터 재개된다. 기존에 마련한 훈련의 방침처럼 실사격과 목진지 전투 훈련에 이어 일부 부대에서는 마일즈장비(레이저 발사와 감지기 이용)를 활용한 시가지전투 훈련이 실시된다.

그러나 현재 시가지전투 훈련장은 오래전 마련된 기본적으로 단순화되어 있는 구조다. 공격과 방어를 위해 실제 크기의 수십 층이 아니더라도 현시대에 맞게 다양한 건물의 구성으로 개선되길 희망한다.

육군에 제대로 갖춰진 시가지전투 훈련장은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KCTC)인데, 대테러부대나 전투부대 대상으로 훈련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서울시와 같은 대도시 방어를 위한 시가지전투 훈련장은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의 경우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전국 최대의 동원자원을 보유하고 과학화 예비군 훈련시스템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으나, 사격훈련만 예를 들더라고 25m 영점사격이나 평지의 엎드려쏴 자세에서 실거리 사격(100m~250m)이 전부이다.

도시지역 전투에 최적화된 사격은 단거리와 원거리에서 움직이거나 튀어나오는 돌발표적의 사격이며, 특히 대형 빌딩과 아파트 같은 높은 건물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움직이는 표적 대상으로 사격하는 훈련은 예비군은 물론이고 특수부대를 비롯한 현역들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소부대 전술인 소총 사격은 사소한 것 같지만 현대전에서 도시지역 전투를 위해서 훈련 방식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대응에서 보듯 효과적인 공격과 방어를 위해 소대급 단위에 휴대용 미사일 편성이 요구되고, 포탄투하 공격용 드론과 적 위치 확인을 위해 열 감시기능이 있는 드론의 운용이 절실하다. 특히 도시지역 전투와 현대전에서 드론 활용은 절대적이다.

도시지역 전투는 산악지역 중·소대급 전투가 아닌 건물과 골목 단위 분대급 전투가 필수이므로 연기와 폭발소음에서 전투원 전체가 실시간 소통되도록 이어폰 형식의 소형 무전기 보급도 진행되어야 한다.

군에서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때부터 계획보고 하고 예산을 편성해 연차별로 추진하면 이미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늦을 수 있다.

전쟁은 예고되지 않게 발생하므로 평소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튼튼한 국방만이 국민의 생활과 경제발전의 기본이 될 것이다.

<약력>

-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 세종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 이사
- 한국정보기술전략혁신학회 전문위원
- 디지털혁신과미래포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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