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사무엘이 돌을 취하여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워 이르되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사무엘상 7:12)

오늘 머리글에 기록된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이겼다는 의미인 ‘도움의 돌’ ‘에벤에셀’(אבן העזר) 기념비입니다.

‘에벤에셀’(אבן העזר)은 이스라엘의 영욕(榮辱) 역사가 서려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블레셋과 싸움을 벌인 이스라엘은 1차 전쟁에서만 당시 어마어마한 숫자인 4000명이 죽는 참패(慘敗)를 당했으며, 2차 전쟁에서는 ‘여호와의 언약궤’까지 동원하여 싸웠으나 오히려 3만명이 죽는 더 큰 참패를 당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시국에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스바’에 집결시키며 호소합니다.

“여러분! 온전한 마음으로 주님께 돌아오십시오. 우상을 없애버리고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만 섬기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우리를 건져 주실 것입니다”(사무엘상 7:3)

이에 호응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알과 아스다롯 신상’을 모두 없애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미스바에 모였다는 소식을 들은 블레셋 사람들이 군사를 모아 쳐들어 왔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쩔 줄을 몰라 사무엘에게 “당신이 우리를 위하여 쉬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여 우리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서 건져내 주십시오”라고 말했고, 사무엘이 ‘어린 양’을 잡아 하나님께 제물을 드리고 부르짖어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크신 능력으로 우리를 블레셋 사람들 손에서 구해주십시오.” 그러자 하나님이 사무엘의 기도를 들으시고 도와주셔서,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요란한 천둥 번개가 블레셋 진영에 떨어졌습니다.

이에 블레셋 사람들은 당황하여 우왕좌왕하고 도망가기에 바빴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크게 승리했습니다.

이후 사무엘은 큰 돌을 가져다가 기념비를 세우고 ‘에벤에셀’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주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셨기에 우리가 수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라는 인정입니다.

정신과 의사 커트 톰슨(Curt Thompson)이 쓴 ‘수치심의 영혼, 즉 본질’(The Soul of Shame)이라는 책의 내용을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재키(Jackie)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녀의 삶은 가난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너는 원치 않았던 아이야!’라는 무언의 메시지와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느껴야 했던 버려짐과 당혹감, 부끄러움으로 그녀 안에는 늘 ‘나는 충분하지 않아’ ‘나에게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라는 깊은 수치심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세상은 분명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숨으라, 감추라, 세상이 너를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외모나 배경이 아닌 한 사람의 영혼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 선교단체(Young Life)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수치심을 드러내는 용기를 내었고 내적인 음성을 들었습니다.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안다. 너는 괜찮아.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이는 수치심의 거짓 속삭임, ‘너는 버려질 거야. 네 인생은 망가질 거야’라는 거짓을 깨뜨리는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그 후 대학에서 만난 조슈아와 그의 가족은 재키에게 사랑과 끈끈한 연합을 보여주었기에 처음에는 너무 좋은 현실이 언제 사라질까 두렵고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조슈아와 가족들의 변함없는 사랑 안에서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버려지지 않을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결혼 후 딸을 낳았을 때 재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에 압도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딸의 존재가 그녀에게 압도적인 수치심 속에서도 ‘선함과 아름다움’이 승리할 수 있음을 세상에 알리는 기쁨의 선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딸의 이름을 ‘은혜, 은총’이라는 뜻의 ‘Grace’로 지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삶은 더이상 과거의 아픔과 수치심에 갇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블레셋과 두 차례 전쟁에서 패한 이스라엘에 무엇이 문제였고, 머리글처럼 사무엘이 ‘에벤에셀’(אבן העזר) 기념비를 세운 이번 싸움은 무엇이 달랐을까요? 무엇 때문에 하나님이 이번 3차 싸움에서는 도우셨을까요?

지난번 전쟁터에 법궤를 가져온 것은 단순히 하나님을 이용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전쟁에 이용하려고만 했지, 하나님의 뜻을 알아보려고도,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기에 더 크게 패배했던 것입니다.

‘선을 분별하고 의의 열매가 가득하길 기도한다’는 성령님의 기도와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선함의 본’을 받아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는 우리가 되게 하시길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변요한 목사 약력>

- 경찰청교회 시무
- 극동방송 운영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경찰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동창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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