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변요한 경찰청교회 목사

“내가 이스라엘 가운데에 칠천 명을 남기리니 다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다 바알에게 입 맞추지 아니한 자니라”(열왕기상 19:18)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 이후 파죽지세로 북진하면서 압록강까지 거의 다다랐던 미 해병 제1사단이 1950년 11월에 개마고원의 장진호(長津湖)에서 전혀 예기치 못했던 중공군의 기습을 당해 전멸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였습니다.

미군은 어쩔 수 없이 흥남으로 철수하여 바다를 통해 탈출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어닥친 최악의 한파와 싸우면서 병력이 10배나 되는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탈출 작전을 시도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연일 악전고투였습니다. 그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웠던 현장에 있었던 한 참전용사는 어느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이러한 회상을 했습니다.

그는 후퇴 행군 중에 두 명의 동료 병사가 그냥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고 ‘여기 그렇게 앉아 있으면 곧 중공군한테 잡힐 텐데 빨리 일어나야지!’라고 다그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반응이나 대꾸조차 없이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두 병사도 자기네들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그대로 동사(凍死)하든지, 포로가 되든지 둘 중 하나인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육체적으로 완전 탈진 상태이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완전히 자포자기해 기진맥진(번아웃, burnout)한 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에 그 참전용사도 어쩔 수 없어 그들을 버려두고 그 자리를 그냥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지었습니다.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D장조 K.136’(Divertimento in D major, K. 136 | Pekka Kuusisto & NCO). (출처=Norwegian Chamber Orchestra 유튜브)

구약성경의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에게도 바로 이러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악녀 이세벨 왕비의 준동으로 인한 북왕조 이스라엘의 ‘바알’ 우상 숭배에 대항하여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던 엘리야는 그 고된 싸움에 너무 지친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갈멜산 전투에서 850대 1의 싸움에서 승리하고도 말입니다.

능력의 선지자 엘리야가 극도의 절망감에 빠진 이유 중 첫 번째는 큰 승리 이후에 가졌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제사 드리고 응답받았을 때(열왕기상 18:37~40) ‘그래! 이것 한 방이면 끝났다’ ‘이것 하나면 누구도 이젠, 하나님을 부인할 수 없겠지. 그리고 모든 사람이 회개하여 하나님께 돌아올 것이고,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이야’라고 야심 찬 기대를 했습니다.

게다가 “큰비를 내리는 기적”(열왕기상 18:45)까지 덤으로 보여주셨으니, ‘이젠 끝, 게임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제 너희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내일이면 나에게 와서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법을 가르쳐 달라며 회개할 것이다.’

그런데 열왕기상 19장 2절에 보면, 갈멜산 전투에 대해 보고 받은 악녀 이세벨이 오히려 엘리야를 죽이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엘리야는 기적만으로 항복시킬 수 없는 악의 세력 앞에 ‘번 아웃’(burnout) 상태가 되어 절망합니다.

그렇지만, 전우를 두고 온 참전용사와 다르게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천사를 보내어 위로하시고 과자와 물을 먹이시고, 엘리야가 회복하게 하신 후에 사십일 사십야를 거쳐 호렙산에 이르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곳 호렙산에서 하나님은 엘리야를 치유하기 시작하십니다. 주님이 엘리야에게 두 번이나 물으십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열왕기상 19:9). 이에 엘리야가 열왕기상 10절과 14절에서 “그가 대답하되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께 열심히 유별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그들이 내 생명을 찾아 빼앗으려 하나이다”라고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아버지, 어머니에게 호소하는 듯한 장면에서 엘리야의 원통함과 비통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오직 나만 홀로 남았습니다”에서 처절한 고독감이 배어 있습니다.

우상인 ‘바알’에게 절하지 않고 악의 세력 앞에서 당당히 맞서면서 꿋꿋하게 정조를 지키는 사람이 나뿐이라고 엘리야가 절망 상태에서 하소연한 것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호렙산에 세우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가서 여호와 앞에서 산에 서라”(열왕기상 19;11) 하시면서 하나님의 능력을 보이시고 엘리야의 갈 길을 알려 주십니다.

이어서 열왕기상 19장 19~20절에서 엘리사를 후계 선지자로 삼으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는 일찍이 모세가 호렙산에서 한 경험과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하사엘에게 기름부어 아람의 왕이 되게 하고 예후에게 기름부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하고 엘리사에게 기름부어 엘리야의 후계 선지자가 되게 하라”(열왕기상 19:15~16)고 하시고 오늘 머리글 말씀(열왕기상 19:18)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홀로 남았다고 스스로 절망하는 ‘엘리야’에게 ‘너만 남았다고 절망하지 말라 아직도 7000명이나 남아 있다’라고 하시며, 너의 힘과 너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와 하나님의 뜻 가운데서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기적을 바라고 또 그 기적을 이루었다가, 엘리야처럼 ‘번 아웃’(burnout) 상태로 내몰 때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일하시고 직접 싸워주심을 믿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엘로힘 하임’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고 ‘알 티라’ 두려워하지 않고 더 엎드려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미래로부터 오는 축복’을 주심을 믿고 나아가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변요한 목사 약력>

- 경찰청교회 시무
- 극동방송 운영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경찰자문위원
- 서울대학교 동창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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