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이승우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기초사실>

1. A는 늦은 저녁 시간 페이스북에서 문득 외국인 C의 대화 요청을 받았다. 살짝 경계심이 일었지만, 마침 무료하던 차에 잠시 대화 정도 하는 것이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한 A는 C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2. C는 상당히 교양 있는 외국인이었고, 계속 대화를 나눌수록 친절하고 상냥하였기에 A는 C에게 상당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특히, A가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거나 우울한 감정일 때에는 C가 진심으로 A를 위로해 주었고, 너무나 친절하게 공감해주었기에 A는 점차 C를 가까운 친구처럼 감정적으로 의지하게 되었다.

3. C는 자신이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고 있다고 소개하였고, ‘카카오톡’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자신도 카카오톡을 사용해보고 싶다고 하였기에 두 사람은 ‘카카오톡’으로 옮겨 더 깊은 친분을 쌓았다.

4. 몇 개월에 걸쳐 C는 A에게 파리에서의 생활, 다양한 외국인들 그리고 특별한 자신의 업무 경험을 이야기해주었고, 특히 몇 년간 근무했던 국제기구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그래서 A는 문득 C의 직업과 경력이 매우 궁금해졌다.

5. C는 A의 질문을 받고 한참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자신이 의사라고 하면서 과거 미국 UN 소속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데, 이러한 내용은 사실 비밀유지를 해야 하는 내용이니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사실 자신이 과거 UN 소속으로 담당했던 업무에 대한 보상을 받을 돈이 있지만, 미국은 변호사 선임비가 한국보다 10배 정도 높아서 이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이후 무렵 무슨 일인지 C는 연락이 잘되지 않았다.

6. 연락이 두절된 지 2주일 정도 경과한 시점에 A는 C와 다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는데, C는 소송과 관련된 문제가 있어서 휴가를 내고 미국에 다녀오느라 연락을 취하지 못하였다고 답변하였다.

7. A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 보상과 관련된 내용을 C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C는 A에게 보상과 관련된 소송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승산은 확실한데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 여유가 없어서 고민이라고 하였다.

8. A가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묻자, C는 A에게 자신의 보상 청구권을 넘길테니 승소하면 그 보상금을 A가 직접 수령하여 변호사 비용을 제하고 남는 것을 자신에게 나누어 달라고 하였다.

9. A는 C에게 자신의 신분증을 보내서 국제변호사 계약 절차를 밟아달라고 하였고, C는 그 후 A에게 ‘국제변호사 선임비용’을 D 명의의 은행계좌로 보내주면 된다고 안내하였다. A는 C의 말에 따라 D 명의 계좌로 1년간 5회에 걸쳐 약 1억2500만원의 금원을 ‘국제 변호사 보수’ 명목으로 송금하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스캠 범죄 사건 보도 화면. (사진=SBS 방송 화면 갈무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스캠 범죄 사건 보도 화면. (사진=SBS 방송 화면 갈무리)

<사건 해결>

A는 로맨스 스캠(조직사기) 범죄의 피해를 당한 것이다.

‘로맨스 스캠’ 범행은 해외에서 타인의 사회관계망 계정을 해킹하거나 허위 인적사항으로 계정을 만들고, 그 계정을 사용하여 국내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무작위로 연락하여 친분을 쌓으며 친구나 연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로 발전시켜 신뢰를 얻은 후, 이를 기화로 피해자에게 금전대여를 요구하거나 금전, 귀금속 등의 보관을 요청하면서 그에 대한 통관비, 운송비 등 명목의 금원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해 반복적으로 금원을 편취하는 조직화된 국제 범죄를 의미한다.

이들 ‘로맨스 스캠’ 범행조직은 국내외 조직을 연결하고 조직원을 관리하는 총책, 사회관계망 계정 등을 이용하여 피해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피해자들을 기망하는 유인책,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편취할 계좌를 조달하는 조달책, 편취한 금원을 인출하여 전달하는 인출책 등 전체 범행을 기능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조직원 상호 간에도 약칭, 별명으로 호칭하여 자신이 맡은 역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조직원은 인식할 수 없도록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본 사안에서 1년 수개월 동안 SNS에서 관계를 유지한 A는 C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것이 없었다. 결국 A는 성명불상자 C를 상대로 사기 고소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할 방법이 없다.

송금받은 D 또한, C와 SNS로 교제를 하고 있었던 사람으로 파악이 되어 공범 또는 방조범이 아닌 제3의 로맨스 스캠 피해자로 오로지 파리에 거주하는 자칭 미국인 의사 C를 위하여 계좌만 제공한 사람일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런 경우 A가 D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하여도 또다른 피해자인 D를 형사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여도 인정이 되지 않거나 인정이 되어도 A의 과실을 대폭 반영한 배상 금액만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비대면으로 만난 개인에게 신분증을 제공하거나 또는 자신의 계정을 대여하거나, 자신의 계좌를 이용하도록 편의를 베풀어 조직적 사기범죄의 공범과 방조범으로 조사를 받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접적 금전 대여의 요청을 받고 실행하여 커다란 경제적 피해를 보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인은 물론 자녀와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각별한 주의를 환기하여야 할 것이다.

<이승우 대표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도산전문변호사
- 대한 변리사 자격 취득
- 사법연수원 제37기
- 서울대학교 법학 전문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30기)
- YTN <이승우 변호사의 사건파일> 라디오 진행
- TBN 한국교통방송 라디오 고정 출연
- KBS, SBS, MBN, YTN 등 다수 방송 출연

※ 본 칼럼 내용은 실제 사안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여 각색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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