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각축장이 될 동아태 해역
동해상에서 실시하는 전반기 한미 연합해군훈련 ‘폴 이글’ 훈련은 한국 해군과 미 7함대 일부 해군전력이 참가한다.
양국은 연합훈련 계획에 따라 함정의 일정을 반영하고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 및 여러 전력을 동원한다. 수상함 훈련이 이루어지는 동해상에는 계획된 훈련일정에 따라 참가전력이 전개하고 상호 훈련 계획을 숙지하고 진행한다.
연례적으로 이루어지는 이 훈련이 있는 시기가 다가오면 훈련 시작 전에 동해 어느 해상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정보함이 미리 전개해 한미 전투함의 정보를 취득하려는 활동을 한다.
동해상은 이렇게 해양 군사 정보활동 대상 구역이다. 특히 한중일러 군사 4강에 둘러싸인 잠재적 갈등해역이다.
한때 필자는 러시아 합동참모부 정보부서와 한러 군사교류 회의차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양자 간 회의 시 한국 측은 러시아 정보함의 활동을 문제 제기한 바 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중령급 함장을 모스크바로 소환하여 당시 정보함의 항해 궤적을 내보이며 그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강변을 했다. 러시아가 제시한 항적 기록은 허위였다.
함정이 항해를 하면 일정의 레이다 주파수가 나오는 데 이 주파수는 적성국이 사용하는 레이다 주파수라는 것을 한국 해군도 이미 확보했기에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다만 평화적 목적의 한러 교류 의제가 주된 논의였기에 적대행위를 하지 않은 점에서 무해통항권을 상호 존중하는 경향 아래 묵인 한 것이다. 지금도 러시아는 동해상에서 정보·첩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해군력의 열세로 동중국해 문제에 대처가 어려웠던 80년대를 겪고 난 뒤 지난 30여년간 해군력 건설에 매진하여 이제는 항공모함, 잠수함, 구축함 등 다양한 수상 전력을 갖췄다.
아직 항공모함의 역량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있으나, 항공모함 3척의 전투력 향상은 점차 증강될 것이다. 중국해군은 항공모함에 공격용 함재기를 탑재하여 원하는 해역에서 중국이 구상하는 훈련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확대되는 증국 해군력은 동아태 해상에서 과감하게 국익 보호에 나서고 있다.
우선 남중국해의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인접국과 협의를 무시하면서 남중국해의 여러 섬과 암초들을 군사적으로 점유하고 인공섬을 건설했다. 이러한 행위는 인접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국제해양법재판소(UNCLOS)는 2016년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에서 중국의 주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중국은 이 판결을 무시하고 해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중국해에서는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Diaoyu/Senkaku Islands)라는 작은 섬들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인근 해역에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이 섬들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 섬들이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서해에서 한국 배타적 경제 수역(EEZ) 설정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황해는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어장이기 때문에, 양국 어선들간 충돌과 불법 어로 문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한국 해양 경찰과 충돌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중국해군은 서해에서 동경 124도 이동으로 한국 해군 함정이 항해해야 하다는 주장을 한다. 이는 향후 협상의 기준선을 동진시켜서 잡으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는 의도다. 실제로 중국해군 고위층은 한국 해군과 교류 시 이를 지속해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도 한국해군함정들은 동경 124도 기준 중국 측으로 항해함으로써 다가오는 외교적 협상에서 국제법적 증거를 지속해 축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해역 전반에 대한 해양이익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고, 이것이 가능한 것은 증강되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이 바탕이 되고 있다.
동아시아 해역에서 해양분쟁은 현재 진행형으로서 첨예화할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다만 그 시기가 장기적이라는 점에서 현안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국의 바다에서 한국 해군이 이익을 지키는 수단은 한 가지다. 우선 대북억제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해군력 건설에 미리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대양작전이 가능한 수상 전투단 확장, 항공모함 건설, 잠수함 증가 등의 전략이 선택 가능한 것이다. 이는 군의 구조 재편을 각오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두고 적어도 4개 정부가 정책을 이어가며 20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
그 세부적인 선택은 국가와 군이 해야 할 일이다. 이미 항공모함 추진 여부를 가지고 5년이 흘렀다. 논의만 5년 하다 수면 아래로 내려앉았다.
한국 해군력 발전 방향은 동북아시아 및 글로벌 해상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북한의 비대칭 위협과 중국의 해양 강국화, 미국과 동맹 관계 유지, 그리고 해양 경제 수호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있다.
그 전략적 방향을 해군 세미나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다음의 6가지로 정리된다. ▲대형 함정 및 항공모함 건조 ▲잠수함 전력 강화 ▲해양작전 및 상륙작전 능력 강화 ▲미사일 방어 및 해양 감시 능력 증대 ▲첨단 기술 도입 및 디지털화 ▲대양 해군으로 전환이다.
한반도 육지를 넘어서는 국익의 마지막 방패는 해군력이다. 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미래를 소홀히 하는 자들의 선택이다. 제아무리 눈앞에 시급한 일들이 있다 해도 발밑에 온 지각의 변동을 느끼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하면 큰 낭패다.
5000년 국난극복의 본받을 역사가 있었지만 반대로 침략당한 역사가 같이 있었다는 점을 돌아본다. 곧 해군창설 기념일이 또 다가온다.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 약력>
- 현) 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 전) LIG넥스원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
- 전) 해군 준장
- 전) 해군 공보과장 / 공보실장
- 전) 제4차 남북 장성급 회담 언론담당
- 전) 2002년 한일월드컵 안전본부 대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