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이 오는 2025년 부산에서 광복 80주년 및 해군창설 80주년을 맞아 국제관함식을 개최한다. 해군의 국제관함식 개최는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제관함식 개최를 계획하고 있으며 관련국 해군의 초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내년에 열리는 광복 80주년 국제관함식에 일본도 초청 대상”이라며 “자위함기를 달고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항구에 들어오는 것은 국제적 관례”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을 볼 때 내년에 열리는 해군 국제관함식에는 욱일(旭日) 문양 자위함기를 단 일본 해군함도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국제관함식 참가차 부산항에 입항하는 일본 이지스 구축함은 오륙도 인근 해상에서 입항준비를 마치고 항해 속도를 줄이고 예포를 발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포발사는 기항지 국가에게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함포를 발사하는 행위인데 이제는 국제적 군함예절로 자리 잡았다.
국제관함식은 해군을 보유한 국가의 외교적 행사로서 정평이 나 있다.
2025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은 해군창설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실상 국제관함식은 우방국 간의 군사적 외교적 교류의 현장이다.
이 관함식에 군함을 파견하는 나라는 어느 정도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고, 경제적으로 적정규모의 해군력을 운영할 정도이여야 하며 산업 및 무역 교류를 개최국과 지속하는 경우에 예산을 들여 파견한다. 한마디로 그럴듯한 해군력을 갖춘 나라가 참가한다.
한국 해군은 관함식을 위해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 동맹국 미국, 관련 국가 해군에게 초청의 의사를 보낼 것이다.
일본 군함이 일장기를 게양하고 입항하고, 이를 함미에 게양한 채로 정박한다는 점이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고, 국회에서도 욱일기 문제가 제기되었다.
자주 듣던 이야기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국제적인 통상의 예를 따르면 된다. 욱일기를 문제 삼아 본들 무엇이 남겠는가? 다만 일제 강점을 잊지 않는다는 점을 굳건히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내년 해군 국제관함식을 더 의미 있게 하는 일들은 무엇일까?’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해군창설 기념일에 국제 교류를 하는 이유에 합당한 행사를 기획하고 만들어야 한다. 해상사열, 세미나, 교류의 행사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대체적인 구조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의 진행보다도 내용에 우선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기획을 통하여 기대하는 효과를 담아내는 시행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이 계획이 준비되는 기간이 2024년이라는 점에 비추어 의견을 적어본다.
첫째, 동북이 해양의 평화적 이용에 방향을 맞추는 군사·외교적 세미나를 해야 한다. 아태지역의 패권을 쥐기 위한 해양활동보다는 평화적 이용에 맞추는 생각의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내년 국제관함식은 한국의 해양안보 정책을 공표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각국의 해양정책 중 해군력의 추세를 알아보는 계기가 되도록 주제와 토론의 내실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저 이름 있는 명사로만 구성하기보다는 연구의 내공이 있는 학자를 초빙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군사 강국의 힘을 드러내는 것보다 강대국 외의 국가들을 배려하는 국제관함식이어야 한다. 해상사열에 적은 톤수의 함정이 앞장서 항해하도록 배열하는 것은 매우 배려 있는 주최국이 될 것이다.
나리 이름의 첫 알파벳 순서가 국제행사의 순서이지만 이는 형평의 문제를 피해 보자는 국제행사의 선택이기는 하다. 해상사열의 종료 국면에 소규모 함정이 항해하기보다는 소규모 함정을 참가시킨 국가에 선도적 항해를 하게 하여 국가예우의 의미를 부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세 번째 일명 K-방산의 활성화 차원에서 해양 방산 전시회를 그 기회로 삼는 것이 좋겠다. 부산 엑스포 전시회장에서 방위 장비 전시회를 견학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해상에서 시현하는 국면을 기획해보자.
잠수함, 중형급 전투함, 군수지원함 등이 항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보자. 듣는 것보다는 보는 것이 우선이듯이 한국의 신형 함정에 승함해 항해하면서 사격훈련을 참관하는 행사도 시도해봄직하다.
네 번째, 한국 문화의 체험 및 경험 또는 소개의 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만찬장에서 부채춤, 국악대 사물놀이 공연이 이를 완벽하게 느끼게 할 수는 없다.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취지의 행사를 기획할 필요가 있다. 현대화된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특별열차를 배차하여 부산에서 서울로 도시의 경험을 느끼게 하자.
제한된 시간이지만 구미 K-방산 현장, 수원 삼성 공장, 서울 도심 관광으로 이어지는 1일 또는 1박 2일 부산-서울 왕복 한국체험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10 경제의 중심 수도를 보여주고 한반도 남북 긴장의 실체보다 평화와 안전을 바탕으로 역동하는 활기찬 한국을 보여주자.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가는 한국의 저력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느끼게 해보자.
정부의 예산이 제한적이면 방산기업의 마케팅 활동 차원에서 논의를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해양산업 관련 기업,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무역 관련 협회 등과 협의를 통해 활성화 계획을 협의 및 모색하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2023년 국제 잼버리 행사에 기업이 후원한 금액이 상당하는 점은 참고할만하다.
2025년도 대한민국 해군창설 8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관함식에 개최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고 내용상 의미 있으며, 참가국에 배려와 우호적 인식이 되는 성과를 보이도록 하자. 나아가 국민이 해양에서 국익을 보호하는 해군에 대한 애정을 느끼는 계기로 만들어 보자.
준비하는 것이 집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해군 당국의 지혜와 관심을 기대한다.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 약력>
- 현) 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 전) LIG넥스원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
- 전) 해군 준장
- 전) 해군 공보과장 / 공보실장
- 전) 제4차 남북 장성급 회담 언론담당
- 전) 2002년 한일월드컵 안전본부 대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