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첨단 재래식(?)이라고 칭하는 가성비 높은 무기 개발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즉 정부의 연구개발 정책과 전문화된 방산기업이 이루어낸 성과다.
방위산업은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협업하여 국가를 지키는 일에 종사하는 하나는 방위 시스템이자 산업이다. 마치 뼈(연구와 기술)와 근육(기술과 생산)이 있어서 걸을 수 있는 구조와 같다.
6.25 전쟁 이후 근대화 시기에 한국정부는 군사기술의 부족과 방위비의 열악함으로 인해 병력집약형 군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제적 조건 속에서 대한민국의 방위는 지난 70여년간 미국이 제공하는 방위 우산 아래 냉전의 시간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평화를 지켜왔다. 지금도 이 군사동맹은 잘 작동하고 진화하며 한국을 지키는 하나의 방패가 되고 있다.
한미 군사동맹의 골격인 한미 상호방위 조약의 결정체는 한반도에 주둔하는 한미 연합군 사령부(이하 연합사)이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연합사는 전시 한국 방어계획 5027(OPLAN 5027)이라는 작전 계획을 기본 틀로 매년 훈련하고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연합사 사령관은 여러 군사계획에 따라 미국의 군사전력을 운용하며 이 계획에 따라 육해공 전략자산을 활용하여 북한의 도발에 대하여 한국을 방어한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미국의 무기체계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한미 연합훈련을 참가한 한국 군인들은 그들의 선진화된 무기에 부러움과 선망의 마음이 늘 앞섰다. 한국 국방기술은 실상 미국의 군사기술을 목표로 치열하게 좇으며 서서히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훈련을 하면서 새로운 군사기술의 확보 열망을 불태웠던 한국군 장교들과 이를 실현코자 하는 정부의 통합된 노력이 장기간 모아져 한국방위산업의 발전을 이끈 게 사실이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결과로 급신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 군은 한미군사동맹의 연장선에서 미국 무기를 장기간 구입해 오고 있다. 근래에는 현존 방위력의 상징인 공군의 전투기, 해군의 이지스함, 육군의 각종 기동장비와 유도탄 등 일명 핵심전력은 대체로 미국으로부터 구입해 갖춰졌다.
F-15 전투기·F-35 스텔스전투기, 지대지 함대지 공대지 유도탄, 첨단 탐지 체계 등 첨단 무기들은 미국의 레이시온, 보잉, 록히드 마틴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방산기업의 제품들이다.
하지만 미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돈을 들고 가서도 사지 못한다. 자칫 구형이거나 생산라인이 폐쇄되고 없거나 혹은 도태위기, 치장된 무기를 사와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일방적인 안보무역 구조인데, 동맹 관계이지만 기술의 부족과 경제의 열악함이 낳은 특수한 거래방식이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다른 국가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은 동맹 체제를 전제로 우방국 또는 대외 전략적 필요국가에 미국산 무기를 판매한다. 이때 전략과 전투 교리 등이 패키지로 붙고, 동시에 교육 훈련 등이 이루어진다. 군사적 관점에서 무기 공급과 훈련이 함께 제공된다는 점에서 동맹과 무기는 한 묶음이라고 볼 수 있다. 집단 안보 개념에서 최고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미국은 동맹국 중에서 기술의 발전을 이룬 국가들과 대외 동맹국으로서 군사협력 차원에서 일명 무기 공동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우선적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첨단 산업기술을 바탕으로 F-35 전투기에 들어가는 장비를 공동 개발했고, SM3 고고도 요격미사일의 일부 부품 개발에도 참여했다. 이 무기들은 일본에만 우선 대외군사판매 과정을 거친 뒤 판매돼 일본 방위에 적용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아직 일본처럼 공동개발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체로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보다 통째로 수입 운영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군사기술 이전에 대하여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특성 아래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있다.
한국해군이 미국으로부터 수입 운영하던 함대함 유도탄 하푼(Harpoon)을 국산화한 것이다. 우리 해군은 수 백발 이상을 구매하여 함정에 탑재 운영하던 중,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국산화를 진행해 개발 기간 10년 만에 탄생한 것이 한국형 함대함 유도탄 ‘해성’이다.
이 기술은 언뜻 생각하기에 미국으로부터 이전받았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붕괴한 옛 소련으로부터 이전받았다. 소련의 붕괴과정에서 차관 상환을 대신해 군사기술을 이전 하는 이른바 ‘불곰사업’을 통해 추진체의 기술을 이관받았고, 연구를 통해 발전시킨 한국 유도탄 발전 개발사의 전형적인 성공사례이다.
이 함대함 유도탄 ‘해성’은 한국해군의 전투함에 탑재 운영되었고, 이후 2010년대 말 공격형 순항 미사일로서는 처음으로 콜롬비아에 10여발을 수출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한국은 이처럼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보고 익히고 배우며, 최단 시간에 해내는 궁극의 성취력을 보여왔다.
이에 더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지·해·공 유도무기를 개발하여 이제는 단거리 및 중장거리 유도 로켓 기술을 완전히 보유하게 됐다.
이 기술이 녹아든 것이 2.75인치 유도 로켓이다. 10여년 전 한미 간 공동개발로 시작했으나 미국은 개발 참여를 중단했고 한국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 유도로켓은 지금 서해 00도서 최전선에 배치되어 북한의 기습도발에 대응하는 중요 전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이 근거리 유도로켓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구상 최강 전력, 첨단 전력, 우주 전투 기술 등으로 무장하고 개발을 지속하는 미국이 이 유도로켓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군의 유사시 예비 전력 필요에 대비하는 검증일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자 포탄을 한국에서 구입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통해 제공한 것을 볼 때 미리 경제성 있는 첨단 재래식 무기를 확보하자는 것일까? 아니면 대외 공급체계를 확인해보고 미국이 필요할 때 잠재적 공급선 유지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일까? 생각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미국이 한국이 개발한 근거리 유도로켓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재래식 포탄이 부족한 현실에 직면하는 상황을 볼 때 미국은 하이-로우급 상호보완적인 무기의 교류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첨단 재래식 무기는 세계로 향하고 있디. 무기 수입국에서 군사력 제1의 강국 미국을 향해 태평양을 건널 채비를 하고 있다. 한미 간 60년 동맹에 무기의 교류라는 새로운 국면이 성사되길 기대한다.
동맹은 무기의 교류로 이어져야 더욱 단단해진다.
<유영식 해군 예비역 준장 약력>
- 현) 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 전) LIG넥스원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
- 전) 해군 준장
- 전) 해군 공보과장 / 공보실장
- 전) 제4차 남북 장성급 회담 언론담당
- 전) 2002년 한일월드컵 안전본부 대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