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00년 한미연합연습 워게임 상황을 생각해 본다.

동해안 축선으로 북한군 기계화 사단과 보병사단이 남하하기 시작한다. 이를 확인한 한미연합사령관과 한국 지상군 사령관은 가장 효율적인 적 격멸방법을 선택했다.

우선 북한의 주력 전차를 저지하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조기에 무력화시킬 수단으로 공격형 헬기 아파치 20대를 투입한다. 1차 교전 결과는 압도적 제압이다.

공중 공격으로부터 취약한 전차사단은 북한 공군이 이를 보호할 수준의 전투 출격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 공군기의 위협 없이 연합군의 아파치 헬기는 비교적 자유롭게 적의 전차사단을 공격해 무력화시켰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사후 평가도 그러했다.

몇 년이 지난 후 한국군은 아파치 헬기에 대한 보유 희망을 현실화한다. 군사동맹 구조하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국방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첨단의 군사기술이 집약된 미국의 육해공 전력은 다양한 한미연합훈련, 미국 군사대학, 분야별 전술학교 등 한미동맹 정책 차원에서 유지되는 각종의 군사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장교의 지식과 성장을 도왔다.

그리고 한미 육해공군 사이에 지속해온 한국군 장교들에 대한 미 군사교육은 장교들에게는 희망의 사다리이자 새로운 경험의 장이었다. 이를 통해 한국군 장교들은 미국의 군대를 꿈꾸며 복무하고 성장하며 경험을 발전시켜왔다.

한국군은 미국 군대의 기술 훈련 교육 그리고 복지 등 모든 것을 표본 삼아 한국적 현실에 적용하며 진화 및 발전해 왔다. 동맹은 그토록 다양하게 여러 분야에 녹아들었다. 심하게 표현하면 한국군의 문화적 특성 말고는 모든 것이 미국을 향하여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같이 형성된 한미군사동맹 생태계는 이제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나아가 하나의 생명체로 진화되어가고 있다.

이 생태계 속에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기술, 무기체계, 교리 훈련 등을 받아들이고 이를 활용하여 군대를 선진화하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남을 정도의 방위력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반세기 이상의 한미동맹 구조는 미국의 무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미국에 종속화된다는 비판 논리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무기 만큼 신뢰도 높은 무기가 드물다.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선진화된 무기는 교육 훈련, 정비 보수 등 다양한 요소와 결합돼 있기에 사실상 대체재가 없는 실정이었다.

근간에 들어서 자주국방과 연구개발의 줄기찬 노력으로 이제 한국군도 유도무기, 위성, 감시정찰 등 전 분야에 첨단기술 요소를 접목해 한국군 만의 방위 기술을 바탕으로 무장을 강화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기술확보와 연구개발, 고급인력 양성, 생산시설 구축 등 경제발전이 가져온 결과다. 따라 하고 베끼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얻은 국방기술은 온전히 대한민국 국가의 힘이다.

그 중심에 있는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는 많은 성과를 기업과 함께 이루어왔다. 뛰어난 군함 건조 기술은 인도네시아에 전투함을, 영국에 군수지원함을, 필리핀에 초계함을 건조해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함정은 종합적 전투기술(레이다, 통신, 유도무기 등)이 적용되고 수백 가지의 군사기술이 응축되어 녹아든 종합 무기체계이다.

비궁 발사 모습. (사진=LIG넥스원 제공)
비궁 발사 모습. (사진=LIG넥스원 제공)

일례로 2010년 초반 국방과학연구소는 시제 업체인 LIG넥스원을 매개로 미국과 함께 2.75인치(70mm) 유도 로켓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2.75인치는 근거리 고속 위협으로부터 기지, 함정, 부대를 보호하기 위한 근거리 타격 무기이다.

미국은 필요성 저하와 예산 미확보로 공동개발 중 이탈하지만, 한국은 지속하여 개발에 성공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비궁’으로 명명된 이 2.75 유도 로켓은 현재 한국군이 최전방에서 북한의 기습 상륙정 타격수단으로 사용 중이다. 높은 적중률로 큰 신뢰를 받는 확실한 현존 전력이다.

미국은 지난 2020년 한국의 ‘비궁’ 근거리 유도 로켓을 해외동맹국물자사용제도(FCT)에 의거해 안흥 유도무기시험장에서 평가를 진행했다. 10발을 발사해 10발 모두 표적을 타격하는 ‘100% 명중’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후 미국에 유도무기 판매 가능성이 예상됐으나 4년이 지나도록 진전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 7월 12일 한국의 환태평양 훈련 부대는 미 태평양 사령부가 위치한 하와이 진주만에서 한국의 마라도함 함상에 실물 크기의 모형을 전시하고 설명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2024년 환태평양 훈련에 미 해군의 주관으로 시험사격이 진행됐고, 결과는 6발 사격에 6발이 표적에 모두 적중했다.

머그컵 수준의 지름 크기에 유도 로켓의 기능을 수행하는 다수의 기술을 응집한 2.75인치 무기가 미국의 깐깐한 절차를 지켜내는 시간이 참으로 힘들고 지루했다. 하지만 미국에 유도무기를 수출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시간을 견뎌온 것은 큰 의미가 있다.

70년 한미동맹의 역사는 이제 일 방향에서 양방향 교류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이 미국에 유도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단순한 무역의 관점을 넘어서 양국 동맹의 격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견고해지는 최고의 안보 융합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정책의 교류를 넘어 무기의 교류로 진화하는 동맹의 정점에 이르기를 기대해 본다. 진정한 동맹의 꽃은 무기의 교류이다.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 약력>

- 현) 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 전) LIG넥스원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
- 전) 해군 준장
- 전) 해군 공보과장 / 공보실장 
- 전) 제4차 남북 장성급 회담 언론담당 
- 전) 2002년 한일월드컵 안전본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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