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예상대로다. 통일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주적개념에 대하여 질의가 있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은 주적인가 아닌가?’ 묻자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은 위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 대화의 상대로 북한이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답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즉답으로 “북한은 주적이다”라고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가 청문회를 통해 국군장병에게 답한 것이다. 옳다.

통일 정책과 외교 전략은 국내정치의 끝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국방은 국가안전 기반의 최후의 보루다. 그러기에 안 국방은 그렇게 주저하지 않고 답변했다고 판단한다. 이 장면은 국군 장병에게. 특히 북측을 바라보는 전방에 있는 군인들에게 생각의 기준을 제공한 강력한 메시지였다.

실상 주적개념 논란은 20년이나 됐다. 국방백서에 ‘주적이냐, 아니냐’라는 표현을 정권의 성격에 따라 바꾸니 논란이 필요 없는 이슈를 ‘논란거리’로 만들었다고 본다.

주적이면 싸우고 아니면 위협이면 안 싸우는 것인가? 다시 말해 위협이면 안 싸우고 주적이면 싸우는 것인가?

미국은 북한을, 중국을, 러시아를 주적으로 표현하나? 북한은 “불바다” “괴뢰도당” 등 도발적 상식 이하의 언어로 남한을 위협 및 협박하고 있는데 주적이라고 하는 것이 이상한가?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등 북한과 실제로 교전이 있었는데 적이 아닌가? 라는 이런 질문이 난무했던 점에서 한번은 반드시 정리되어야 할 문제다.

북한은 주적이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반드시 억제되어야 하는 사활적 안보 사안이다.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이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이 2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선거를 통해 출발한 이재명 대통령 정부는 문민 국방부 장관이라는 인사정책을 선택했다. 이를 반영해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새 정부 초대 국방장관으로 취임했다.

안 의원은 5선 의원으로, 국방위에서만 20여년을 활동했다는 점에서 국방 관련 전문성과 권위를 갖추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국방장관을 하지 않아도 그리 부족함이 없는 5선 정치인이다.

안 장관은 이제 2025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 문민 국방장관이라는 상징적 부담감에 더해 ‘성공적’이라는 결과로 답해야 하다는 추가적 부담을 지게 됐다.

그 첫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이 청문회였는데 잘 마쳤다고 본다. 청렴의 문제로부터 다양한 개인 과거사를 들추고 압박을 하는 것이 ‘청문’이라는 점에서 무난히 통과했고, 특히 국군장병이 보기에 ‘그렇다’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가 문제다. 이른바 진보 정부는 평화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적 목표이다.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삼아서 위기를 관리하고 안보위협 지수를 낮추어 간다는 방법론을 택하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는 손자병법은 다 아는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싸움은 걸어오는 데 싸우지 않는 방법은 그들보다 월등히 높은 방위력을 갖는 것이다.

이는 간단하다. 필자가 남북 장성급 북방한계선(NLL) 협상단에서 근무할 당시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협상은 하되 국방은 빈틈을 주지 않으면 된다. NLL 협상, 비무장지대(DMZ) 초소 철수, 훈련구역 조정 등 국한된 대북 경계현장의 협상은 필요로 하되, 그 인근에 이중적 군사방어력을 갖추면 된다.

NLL 협상 당시 해군은 치밀한 대응훈련을 지속했고, 이로 인해 북한 서해 함대사령부의 NLL에 대한 의도적 월선은 현저히 줄어들었던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도 적보다 압도적인 방위력 우세를 갖추고 있으면, 우발적 충돌 예방을 위한 군사적 조치 등에 대해 협의를 해도 하등 손해를 볼 것이 없다. 그리고 손해 볼 협상을 하지 않으면 된다.

아예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면, 앞으로 남북한 군사협상의 논의가 없을 수도 있다. 지금이 그런 상태이지 않은가.

하지만 향후 남북한 대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국방은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여 나가면 된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대한민국 군대가 한미동맹 구조, 즉 연합방위능력을 바탕으로 전력건설, 교육훈련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군대로 나아가면 된다.

안 국방장관은 취임사에서 밝힌 업무 중점을 지켜가길 바란다. 그리하여 용산과 여의도를 쳐다보는 것보다, 전방을 보며 살아가는 군인이 성장해가는 그런 군대를 꼭 기대해 본다.

<유영식 예비역 해군 준장 약력>

- 현) 한국해양안보포럼 이사
- 전) LIG넥스원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
- 전) 해군 준장
- 전) 해군 공보과장 / 공보실장 
- 전) 제4차 남북 장성급 회담 언론담당 
- 전) 2002년 한일월드컵 안전본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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