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환위기 상흔이 되살아나고 있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위기의 징후를 찾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사전에 경고하지 못한 언론은 이번에는 너도나도 위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대거 처분하여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시각이 널리 퍼져있다. 언론은 호들갑을 떨면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동향을 보도하기에 바쁘다.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2022.9월말 현재 4,168억 달러), 국가신용등급이 양호하여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없다(S&P 기준, AA 안정적), 올해 무역적자가 지속되지만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2022.1~8월 누계기준 225억 달러) 경제위기 가능성이 작다며 불안감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관계기관 협의회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비교적 양호한 기업이나 일부 중소형 증권회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다시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환율급등, 외환보유고 급감, 무역적자 지속,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금 순유출 등을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외화는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에서 들어오고 나간다. 두 부문은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기도 하고, 별개로 들어오고 나가기도 한다.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어 유출입 규모가 크고 빈번하지만 그래도 관건은 경상수지다.

수입보다는 수출을 많이 해야 달러가 쌓인다. 여행, 운송, 건설, 지식재산권 등 서비스 부문에서도 돈이 들어오고 나간다. 배당이나 이자소득도 오고 간다. 실물경제가 잘 돌아 경상수지(상품+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가 흑자를 기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또 다른 축인 금융부문(금융계정)도 대체로 경제의 본질인 실물경제와 궤를 같이한다고 보면 무방하다.

국내경제가 잘 돌아가면, 외국인이 국내에 공장을 짓는 등 직접투자(FDI)도 늘고, 국내 주식투자도 증가한다. 재정 건전성이 좋아지고 원화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환율하락) 기대하여 국내 채권투자도 증가한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고, 서학 개미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이나 채권투자도 증가한다.

우리 기업이나 가계가 해외에서 쓰는 돈보다 해외로부터 더 많이 벌어 와야 외화 수급이 흑자다. 대체로 국내경제가 좋으면 달러의 해외 유출보다는 해외 유입이 많아 외화 수급이 양호하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고 자본유입보다는 자본유출이 많으면 은행은 외화가 부족하여 해외에서 빌려와야 한다.

은행은 개인, 기업, 기관투자자와 거래하면서 외화 부족을 해소하거나 포지션을 헤지(hedge)하기 위해 해외은행으로부터 달러를 차입한다. 국내기업이나 기관투자자들이 해외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외화 유출입 가운데 언론이나 일반인이 가장 관심을 두고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외국인이 얼마나 국내주식을 처분하여 달러를 회수하였느냐다.

마치 외환위기가 외국인의 주식처분에 의한 외화 유출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진짜 방아쇠는 은행의 단기차입(단기외채)이다.

언론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처분하였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면서 마치 외국인의 주식처분이 위기의 주범인 양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경제가 안 좋고 세계 경제도 안 좋아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국내에 자선하러 투자하는 것도 아니며 다들 돈 벌려고 투자한다. 전망이 좋으면 사고, 전망이 안 좋으면 파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파는 것은 아니고 사고파는 세력 간에 치고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는 오히려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활발했다. 1995.1~1997.11월 약 3년 동안 외국인 자금은 주식에서 134억 달러 순유입, 채권에서 386억 달러 순유입, 은행의 단기차입에서 261억 달러가 순유입됐다(총 781억 달러 순유입). 이중 국내 소재 외은지점의 단기차입은 111억 달러가 순유입되었다.

외환위기 발생 이후 1997.11~1998.3월 약 5개월간 외국인 자금은 주식에서 오히려 21억 달러가 순유입되었고 채권에서 16억 달러 순유출에 그쳤다.

하지만 단기차입에서 220억 달러가 순유출되는 등 은행의 단기차입 부문에서 대규모 순유출이 발생하였다. 외은지점의 단기차입 순유출은 31억 달러에 불과했다.

즉, 국내은행의 단기차입이 롤오버(rollover)되지 못하고 유출되어 외환위기를 촉발하고 심화한 주범이다.

국내경제가 악화하여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은행이 부실해지는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단기차입처인 해외은행들(주로 일본계 은행으로 알려짐)이 롤오버를 해주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단기차입은 위기가 발생하면 유출되기 쉬운 요주의 대상이다.

주식이야 주가가 너무 내려가 싸다고 매수하는 세력도 있고, 아직도 비싸다고 매도하는 세력도 있다.

1997.1~10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32억 달러 순유입(채권은 126억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다. 위기가 심화하고 주가가 폭락한 후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어 1997.11~1998.3월까지 21억 달러가 순유입되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9~2008.12월 약 4개월간 외국인 자금은 주식에서 74억 달러 순유출, 채권에서 134억 달러 순유출, 은행의 단기차입에서 487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다(총 695억 달러 순유출).

단기차입분 순유출이 전체 순유출의 70%를 차지하여 2008년 위기 조장의 범인이다. 외국인의 증권투자(주식+채권) 순유출은 전체의 30% 수준으로 위기 조장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단기차입 순유출 중 국내은행은 230억 달러, 외은지점은 257억 달러로 외은지점이 단기차입 순유출의 53%, 전체 순유출의 37%를 차지하여 위기 촉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론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 촉발의 주범은 역시 은행의 단기차입 순유출이다. 특히 외은지점의 단기차입 순유출이 요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난 9월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431.3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431.3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는 경제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2007년부터 국내주식을 지속해서 처분하였다(2007.1~2008.8 순매도 51.5조원). 또 국내 증시가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한 공매도 물량도 해외증권사(IB)를 통하여 대거 쏟아졌다(2007.1~2008.8 공매도 48.5조원).

이처럼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을 지속적으로 처분하였다. 2007.1~2008.8월까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주식에서 이미 544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다. 반면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787억 달러 순유입, 은행의 단기차입은 573억 달러가 순유입되었다.

당시 외국인 주식투자 순유출이 주가 하락을 초래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촉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발 빠른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기가 촉발되고 주가가 폭락하자 오히려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도 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조선사, 자산운용사 등은 환율하락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미래 수출대금이나 투자대금을 은행에 선물환계약을 통해 미리 달러를 매도하였다.

은행은 리스크 헤지를 위해 선물환을 매입함과 동시에 실제 달러를 차입하여 이를 매도하고 다음에 달러를 받아 차입금을 상환한다. 이러한 경로를 통해 은행의 단기차입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외은지점도 국내 조선사와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선물환을 매입하면 해외 본점으로부터 차입이 일어나 단기차입이 증가한다. 달러를 차입하여 매도한 원화대금은 국내채권에 투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외은지점은 보유채권을 팔아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하여(환율 폭등) 본점에 송금(본점 달러 회수)하는 경로를 통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외화 수급에 큰 부담을 주었다.

정부는 단기외채가 위기를 촉발하고 심화하는 주요 원인임을 인식하고 2011년 단기외채 증가요인을 억제하고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별도로 신설하여 규제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대하여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서 실물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자금 유출입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2007년부터 스왑(swap)시장에서 금리 및 통화스왑 거래를 통해 외은지점과 외국인 투자자(주로 해외은행)는 차익거래로 국내 채권투자를 확대하였다.

해외은행 차익거래는 외견상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증가로 나타난다(국내 소재 외은지점은 자본시장법상 외국인에 해당하지 않아 외국인 채권투자 통계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실상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이용하여 스왑시장(스왑베이시스 swap basis가 확대된 상황)에 달러를 유입하여 차익거래를 통해 이익을 따먹기 위한 거래에 불과하다.

위기가 발생한 후 이러한 차익거래가 청산되면서 외은지점의 단기외채 부문과 외국인 채권투자 부문에서 유출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차익거래 행태는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국내 금융위기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자본유출입 변동성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프로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래형태로 금융감독당국이 예의 주시하는 사안이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주가 폭락, 그 후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로 주가가 급상승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국내주식을 순매도하여 2020~2021년 2년간 357억 달러가 순유출되었다.

반면 채권은 779억 달러가 순유입되어 주식과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주로 외국의 중앙은행, 국부펀드, 해외은행으로부터 순유입되었다.

2020~2021년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주식을 대거 처분하였으나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 나아가 외화자금시장에 별다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올해(2022.1~9월)는 주식에서 110억 달러 순유출, 채권에서 135억 달러가 순유입되었다. 주식에서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고, 채권에서 순유입 규모는 감소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는 채권에서 8월 이후 순유출(8~9월 20억 달러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특히 채권의 순유출 규모나 성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은행의 단기차입이 급격히 순유출 하는지다. 은행의 단기차입은 올해 7월부터 순유출이 증가하고 있다(7~8월 2개월간 73억 달러 순유출). 올해 하반기 이후 단기차입이 많이 상환되어 순유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한편으로 은행이 외화자금시장에서 원활하게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은행이 양호한 조건으로 계속 자금을 빌릴 수 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올해 9월 이후 국내은행의 차입 가산금리도 상승하는 추세이다. 외화 자금시장에서 차입 여건은 아직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나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어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 위기를 조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급격한 자본유출은 실물경제 위축을 초래하여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촉발하는 자본유출입 핵심 경로를 예의 주시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편에서 계속됨)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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