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올해 들어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금리도 치솟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6%를 넘어서고 있다. 신용등급이 그리 나쁘지 않은 기업(투자적격으로 최하위 등급인 BBB-)의 회사채 금리는 11%를 웃돌고 있다.

대표적인 실세금리인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최근에는 4% 밑으로 떨어졌지만, 10월 중순에는 12년 만에 최고 수준인 4.65%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간 10여 년 이상 저금리 시대에 익숙한 기업이나 금융소비자는 최근의 고금리가 당혹스럽다. 하지만 경기는 둔화하고 있고 언젠가는 인플레이션도 진정될 것이다. 고금리 추세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돈을 빌릴 때 내는 ‘돈의 값’이다. 경제학에서 금리는 현재의 소비(유동성)를 희생한(포기한) 대가로, 저축과 투자에 의해 또는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저축을 많이 하면(자금공급 증가) 금리는 하락하고, 경기가 좋아져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하면(자금수요 증가) 금리가 상승한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하여 중앙은행이 대대적으로 돈을 풀면서(통화공급 증가)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면서(통화공급 감소) 금리가 오르고 있다.

원론적으로 금리(명목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 물가지수는 5.7%, 생산자 물가지수는 7.3% 상승하였다. 최근의 고금리는 높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고 있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다. 5% 금리로 예금을 해도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돈의 실질적인 가치는 오히려 감소한다는 의미다. 경제성장률과 궤를 같이하는 실질금리는 추세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1980년~2009년까지 약 30년간 연평균 7.0% 성장하였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는 평균 3.4% 성장하였는데, 우리는 그보다 두 배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0년~2021년까지 10여 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0%로 세계 평균 성장률(3.3%)을 밑돌았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는 저서 ‘모방과 창조(2021)’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장기성장률(연간 성장률을 10년 이동평균으로 계산)이 5년마다 1%포인트(p)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조만간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물가도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어 금리는 하향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의 갑작스러운 고금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과잉 유동성, 고유가, 공급 애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초래된 높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다.

역시 제일 중요한 금리는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다. 이는 통화정책의 핵심으로 예대금리를 포함한 모든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조타수 역할을 한다. 게다가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국가는 중앙은행 총재가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별도의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위원회의 법적 지위, 위원의 구성과 임기보장 등은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의 중요한 척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올린 내용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월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 올린 내용의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에 설치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base rate)를 결정한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회의를 주관한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 측 3인(총재, 부총재, 한국은행 추천 1인), 정부 측 2인(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각 추천 1인), 업계 측 2인(대한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 각 추천 1인) 총 7인으로 구성된다.

업계 측 추천 단체가 정부 지도·감독을 받는 단체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강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결정은 대체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전에는 재무부(기재부 전신)가 사실상 금리 결정을 좌지우지하였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정부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여 발언할 수 있고, 의결이 정부정책과 상충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는 등 최소한의 견제 장치만 두고 있다.

미국은 중앙은행인 Fed 내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에서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FOMC는 법적으로는 독립적인 회의체지만 연방준비위원회(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가 사실상 운영한다. 현재 제롬 파월 Board 위원장이 FOMC 위원장이 되고, Board 위원 전원이 FOMC 위원(12명 중 나머지 5명은 연방준비은행 대표로 구성됨)이 되며, Board가 FOMC 회의를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전에는 기준금리를 익일물(하루짜리) 콜금리를 목표로 하였으나 2008년 3월부터 한국은행과 금융기관 간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와 대기성 여·수신 자금거래를 할 때 적용하는 금리로 변경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동향, 국내외 경제 상황,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 8회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초단기 금리인 콜금리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장단기 시장금리, 예금과 대출금리 변동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FOMC에서 결정하는 정책금리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로 각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예금수취기관의 예치금을 다른 예금수취기관에 빌려줄 때 적용하는 초단기 목표금리(target rate)를 의미하며 모든 금리의 기준이 된다.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전문적인 분석과 논의를 토대로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물론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여건에 대해 관계기관, 전문가, 업계와 의견을 나누고 소통한다.

독립성이 잘 보장된 미국도 연방준비위원회와 재무부 간에 여러 채널을 통하여 경제 상황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한다. 하지만 정책금리 결정은 Fed의 고유영역이다. 대통령이나 재무부 장관도 금리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것이 전통이다. 몇 해 전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금리개입 발언은 전문가와 시장, 언론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미국 Fed가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래 전망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preactive)하지 못하고 현재 데이터를 토대로 사후적으로 대응(reactive)한다는 비판이 많다. 소위 ‘뒷북치기’로 정책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반 미국 주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제지표도 호전된 상황에서 전문가나 시장에서는 곧 닥쳐올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여 Fed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위원장을 위시한 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잘못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중반부터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면 올해와 같은 급격한 인상 행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리 예방주사를 맞았다면 올해와 같은 큰 홍역을 치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련한 운전사는 전방의 상황을 예측하고 방어운전을 한다. 내리막길에서 엔진 과열과 과속에 대비하여 미리미리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그래야 승객들이 쏠리지 않고 손잡이도 꼭 잡고 내리막길을 큰 탈이 없이 내려갈 수 있다. 나중에 허겁지겁 급브레이크를 연달아 밟으면 승객이 요동치고 다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중앙은행은 경제를 운영하는 운전사다. 인플레이션이나 경기과열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여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Fed는 여러 전문가나 시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예상과 달리 8%대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사후적으로 네 차례나 연달아 0.75%포인트(p)씩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여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경제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연방준비은행을 포함하여 Fed 전체적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이코노미스트가 수백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들이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모니터링하고 있음에도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어렵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것은 기준금리다. 시장에는 시장금리(실세금리)가 있다. 기준금리야 어쩌다가 인상되거나 인하되지만, 시장금리는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시시각각 오르내린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오랫동안 증권업협회(금융투자협회 전신)에서 발표한 3년 만기 회사채 금리(AA- 무보증사채 기준)를 대표적인 시장 실세금리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주로 국채금리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국채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국고채금리를 대표적인 시장 실세금리로 사용하고 있다(국고채는 국채를 대표하는 채권으로 전체 국채 잔액의 91.1%, 전체 채권 잔액의 37.8%를 차지하여 국고채와 국채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도 있음).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많이 사용하나 최근에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도록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쓰기도 한다. 대표적인 시장 실세금리로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는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아니며 시장의 관행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국고채 금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결정될까? 국고채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시장 참여자의 거래를 통해 결정된다. (2편에서 계속됨)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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