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윤곤 전 금융감독원 국장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 말고는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지난 20년간(2002~2021) 달러당 평균 환율은 1,120원이다. 우리 경제가 양호한 시기에는 1,080원~1,140원 수준을 보였다(거래일수 기준으로 전체의 약 29%를 차지함). 높은 환율대로 인식되는 1,200원 이상은 14%, 1,400원 이상은 0.9%에 불과하다.

그만큼 최근의 환율은 높은 수준이며, 그야말로 또 다른 경제위기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고 돈을 엄청나게 풀었다.

돈이 돌기 시작하고 경제가 정상화되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고, 그러면 각국 중앙은행은 다시 금리를 인상하고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통화긴축 정책을 펼 것이다. 이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예상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가 겹치면서 미국은 8%가 넘는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였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정책금리를 세 번이나 연달아 0.75%포인트(p)씩 올리는 등 총 3.0%p(상단 기준으로 연 0.25%→3.25%) 인상하였다. 전문가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경로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던 미국 중앙은행도 물가 상승세가 이렇게 심각할 줄, 이렇게 오래 갈 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금리 인상은 1979~1980년 말고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 결과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들어 약 17% 급등하였다(달러인덱스 기준 2021년 말 95.97→2022.9월 말 112.12). 다시 말해 주요국 통화는 그만큼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러한 달러 강세 현상은 원/달러 환율을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환율은 2021년 말 1,190원에서 9월 들어 1,400원을 뚫고 올라가 원화 가치도 달러화에 대하여 약 17% 떨어졌다(2022.9월 말 1,439원). 이 또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다.

더욱이 그간 계속되었던 무역흑자도 올해 들어 사상 최대 적자(2022.1~9월 누계 289억 달러 적자)로 반전되어 환율 상승세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환율은 각 통화의 교환 비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원화와 달러의 교환 비율로 ‘1달러당 1,400원’ 이런 방식으로 표시한다. ‘1원당 1,400분의 1달러’로 표시하지 않는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USD/KRW’로 표시한다. USD는 기준통화이고 KRW는 표시통화다. ‘/’는 ‘per’의 의미가 아니고 그냥 구분 기호에 불과하다.

우리말로는 원/달러, 원·달러, 원-달러 등 다양하게 쓰고 있다. 원/달러의 ‘/’ 기호는 ‘per’(달러 ‘당’)의 의미로 이를 생략하여 그냥 ‘원달러’라고도 쓴다. 영어식으로 달러-원 또는 달러/원으로 쓰는 경우가 있으나 어색하고 관행에 맞지 않는다.

대부분 국가는 자국통화 표시 방식(직접 표시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1달러당 1,400원, 1달러당 140엔, 1달러당 7위안 등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영국 파운드, 유로, 호주달러 등은 타국통화 표시 방식(간접 표시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1파운드당 1.1달러, 1유로당 1달러, 1호주달러당 0.65달러로 표시한다.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던 대영제국(Pax Britannica)의 관행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계속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쉽게 말해 ‘달러값’이다. 달러를 물건으로 생각하고 ‘달러 1개에 얼마?’ 이렇게 이해하면 가장 쉽다. 사과 1개에 1,000원, 배 1개에 2,000원 이렇게 말하듯이, 달러 1개에 1,400원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다시 말해 원/달러 환율은 1달러를 사기 위해 원화로 지불해야 하는 값이다.

우리나라에서 달러를 사고파는 시장이 바로 서울 외환시장이다.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어서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다. 쉽게 말해 원화는 달러를 사고팔 때 달러라는 물건값을 지불하기 위한 결제통화에 불과하다.

어떤 언론은 ‘달러당 원화값’이라는 외환시장에서 사용하지 않은 용어로 원/달러 환율 동향을 보도한다. 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용어로 외환당국, 외환시장, 관련 업계, 전문가, 학계 아무도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맞지 않는 용어다.

예를 들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1,400원을 돌파할 때 대부분 언론이나 관계 당국, 시장에서는 당연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1,400원을 돌파하였다”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이 붕괴되었다”라고 보도한다. 이런 보도로 독자들은 혼란스러워 포털 지식인에 물어보지만 시원한 답변도 없다.

또 관계당국이나 시장 전문가의 코멘트를 보도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그들 방식으로 바꾸어서 인용 기사를 작성한다. 이게 언론의 보도준칙에 허용되는 것일까 궁금하다.

그들은 우리나라 원화를 중심에 두고 환율을 보도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설명한다. 기자들은 내부 보도방침 때문에 그렇게 기사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어쨌든 원/달러 환율은 원화값이 아니라 달러값이다. 그래서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달러값(달러가치)이 오르는 것이고, 반대로 원화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31.30원으로 급등해 거래되고 있음을 알리는 전광시세판.

그러면 환율(편의상 원/달러 환율을 ‘환율’로 표기)은 어떻게 결정될까?

모든 물건이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듯이, 환율도 달러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다들 줄다리기를 해본 추억이 있을 것이다. 금리, 환율, 주가 등 금융지표는 모두 수요와 공급, 즉 수요(매수)세력과 공급(매도)세력 간의 줄다리기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달러에 대한 수요 세력과 공급 세력은 누구일까?

수입하는 기업은 달러가 필요하다. 서학개미도 미국주식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다, 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때, 사람들이 해외여행 갈 때,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처분하여 해외로 달러를 보낼 때 모두 달러가 필요하다.

종종 강남의 부유층들이 달러를 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곤 한다.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은행을 통하여 달러를 살 수 있다. 달러를 사서 달러예금을 든다. 이들 모두가 수요세력이다.

반대로 수출이나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외국인의 국내 여행 등으로 달러가 공급된다. 환율이 너무 올라 앞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내다 판다. 이들 모두가 공급세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위원회) 간에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어 달러가 국내에 유입되어 시장에 풀렸다. 이는 또 다른 공급세력이다. 달러 공급이 많아지면 당연히 달러값 즉 환율이 떨어진다.

최근 환율 상승 과정에서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여 수요세력은 달러를 일찍 사고, 공급세력은 늦게 팔면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시장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보유고 달러를 풀어 시장에 개입한다. 이렇듯 중앙은행은 중요한 순간 강력한 공급 세력이 된다(물론 환율이 너무 낮은 수준으로 급락할 때에는 수요 세력이 되기도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달러는 어디에서 어떻게 거래되고, 환율은 어떻게 결정될까? 외환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주식은 투자자들이 주문을 내면 거래하는 증권회사를 통하여 한국거래소(KRX) 매매거래시스템에 전달되어 거래가 이루어지고 주가가 결정된다.

외환시장은 은행(공식적으로는 외국환은행)이 고객과 거래하는 ‘대고객 시장’과 은행과 한국은행만 참여하는 ‘은행간 시장’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접하는 환율은 은행간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이다. 주식시장처럼 개인, 기업, 기관투자가, 외국인 모두가 참여하여 주가가 결정되는 그런 시장이 아니다.

먼저, 은행간 시장은 은행이 외환 중개회사 시스템을 통하여 달러를 직접 거래하는 시장이다. 주식시장처럼 거래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역할을 하는 외환 중개회사가 있다.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울외국환중개(주)와 한국자금중개(주) 2개 회사가 외국환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외국환중개(주)를 통하여 달러 현물거래의 약 90%가 거래되었다. 따라서 서울 외환시장이라고 하면 서울외국환중개(주) 시스템을 통하여 달러를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가환율과 가중평균환율도 서울외국환중개(주)가 발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7개 국내은행과 12개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들(약 70~80명)이 서울외국환중개(주)의 전자중개시스템 전용 단말기를 통하여 달러 ‘사자(bid)’ 주문과 ‘팔자(offer)’ 주문을 내서 체결되는 가격이 바로 환율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거래되며 환율은 시시각각 변동한다.

딜러들은 국제금융시장, 국내외 경제, 금리, 증권시장, 외국인 증권투자, 대고객 시장 등 여러 상황을 분석하여 달러를 사고팔고, 팔고 산다.

증권회사, 여타 기관투자가, 대기업 등은 직접 은행간 시장에 참가할 수 없다. 이들은 은행의 외환부서에 달러 매매주문을 전달하고 이는 다시 최전선에 있는 딜러들에게 전달되어 거래된다.

딜러들은 투기적 목적으로도 달러를 사고(팔고), 팔고(사고) 하여 크게 이익을 보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엄청나고 나이가 들면서 능력도 둔화하여 직업 수명이 40대 초중반 정도라고 한다.

환율이 급변동할 때 가장 강력한 시장 참여자는 한국은행이다. 최근 환율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시장 쏠림 현상이 심화하자 한국은행은 달러를 매도하여 환율 급등을 진정시키고 있다.

환율 동향은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은행을 통하여, 또 KOSCOM CHECK(증권 종합정보전달 매체), 블룸버그, 언론, 업계, 포털 등을 통하여 일반에게 전달된다.

은행은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을 토대로 각자 차등(스프레드)을 두어 대고객 전신환율과 현찰환율을 고시한다. 고객은 은행이 고시하는 환율로 달러를 거래한다.

은행마다 고시환율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스프레드가 차이가 날 수도 있고 환율 고시 시점이 다를 수 있다. 환율이 급변하는 경우 은행은 하루에도 수백 번씩 대고객 환율을 변경하여 고시한다.

환율이 급변할 때는 은행에서 달러를 바꾸려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사이 고시환율이 바뀌어 고객 입장에서는 이익보기도 하고 손해 보기도 한다. 거래실적이 좋은 고객은 은행으로부터 우대환율을 적용받기도 한다.

참고로 엔화나 유로화는 우리 외환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엔 환율, 원/유로 환율 등 대부분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환율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은행은 달러 거래를 통해 결정되는 원/달러 환율과 국제 외환시장에서 환율 시세(USD/JPY, EUR/USD 등)를 토대로 환율을 산출(이를 ‘재정환율’이라고 한다)하여 고객에게 고시한다.

최근 2년간(2020~2021)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현물환 거래 기준으로 일 평균 약 100억 달러 정도가 거래되는데, 달러는 약 80억 달러, 위안화는 약 20억 달러(달러 환산) 규모다.

2014년부터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어 달러처럼 우리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데, 전체 외환 거래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시장조성자를 두고 있다.

위안화 거래가 달러만큼 활발하지 않고 사자 팔자 호가(BID/OFFER) 차이가 있어 위안화 거래 가격으로 원/위안 환율을 고시하지 않는다. 은행은 각자 위안화 호가 상황과 국제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을 참고하여 원/위안 환율을 고시한다.

국내 외환시장이 종료되면 은행들은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시장인 싱가포르 원/달러 NDF(Non-Deliverable Forward) 시장에 참여해 달러를 거래한다.

1개월 만기 NDF가 주로 거래되는데, 만기에 거래대금 전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거래환율과 지정환율(만기일 전일 가중평균환율)의 차이만을 결제한다.

역외 차액결제 시장은 특성상 투기적 거래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 국내은행들은 달러 포지션을 줄이기 위해 헤지 목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또 일정 기간 뒤에 달러를 받기로 되어 있는 투자자가 대금을 확정하기 위해 거래하는 헤지거래도 있다.

2010년 11월 11일 도이치은행은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장 종료 동시호가 시간에 2조40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프로그램 매도(반대거래인 옵션은 만기 정산)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는 현물(주식)과 선물옵션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지수차익거래(index arbitrage)로 파악되었다. 도이치은행은 포지션을 청산할 때 발생하는 차익을 미리 확정하기 위해 싱가포르 NDF 시장에서 원/달러 NDF를 미리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다음으로 런던, 뉴욕 원/달러 NDF 시장이 차례로 열리면서 우리 외환시장이 종료된 후에도 환율은 계속해서 변동된다.

아침에 뉴욕시장에서 마감된 원/달러 NDF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의 시초가 환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전 세계 원/달러 NDF 외환거래자들의 투심(投心)이 반영된 결과이니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듯 환율은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것도, 기획재정부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은행 등 우리나라 시장 참여자들만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환율은 대내외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제정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전 세계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거래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고, 변동되고, 결정되는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2편에서 계속됨)

<최윤곤 전 금감원 국장 약력>

- 금융감독원 33년 근무 
- 자본시장조사국장, 기업공시제도실장, 광주전남지원장, 금융교육 교수 등 역임
-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University of Texas(Austin) MBA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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