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사실>
병사 A는 생활관 한쪽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날도 화제는 새로 전입한 여성 상관 C 하사였다.
“들었어? C 하사가 D 하사랑 그렇고 그런 관계래. 둘이 면회실에서 밤늦게 같이 있었다고 본 병사가 그러더라.” A의 말에 병사 B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진짜? 그래서 C 하사가 휴가 일정도 멋대로 조정했나?”
관련 추문이 부대원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며 발 없는 말이 사실처럼 굳어졌고 C 하사는 성적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C 하사는 평소 단호하고 엄격한 태도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단지 부대원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상관이었을 뿐이었다. C 하사는 장병들의 휴가 신청이 몰릴 경우 휴가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한번 퍼진 악성 루머는 C 하사를 개인적인 욕심으로 규정을 조정하는 부당한 상관으로 몰아갔다.
C 하사는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 업무 수행은 물론, 부대 내 인간관계에서도 고립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있었다.
결국, 사건은 상부에 보고되었고 조사가 진행되었다.
병사 A는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것뿐이었다”며 자신을 변명했지만, C 하사와 관련된 허위사실은 이미 그녀의 명예를 크게 훼손하고 있었다. 부대 내의 신뢰와 분위기도 큰 영향을 받았다.
<사안의 해결>
1. 사건의 법적 쟁점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은 병사 A가 퍼뜨린 발언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발언의 허위성, 공연성, 그리고 고의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된다.
2. 적용 법조
형법 제307조 제2항: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년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군형법 제64조(상관 명예훼손죄): 상관에 대해 명예훼손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10조(위법성 조각 사유):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고 진실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3. 법적 분석
공연성: A의 발언은 다수의 병사들 사이에서 이루어졌고, 부대 내에 널리 퍼져 공연성이 인정된다.
허위성: 발언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이를 입증할 근거가 없었다. 병사 A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을 근거로 말했을 뿐, 진위 여부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고의성: 발언은 명백히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공적 이익을 행위로 볼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피해의 심각성: 허위사실 유포는 C 하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부대 내의 신뢰와 질서를 저해했다. 이는 군 조직의 특수성과 직결되며, 상관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에 해당한다.
초범이라는 점, 반성의 태도, 그리고 피해자 C 하사의 업무 조정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가능성이 일부 참작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될 사안으로 보이나 피해의 장기성, 악의성, 다른 병사들의 유사 행동 차단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병사 A와 같은 행동에 집행유예 대신 3~6개월의 단기 실형을 선고할 재판부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본다.
4. 정리
군 조직 내에서 발언은 단순한 농담이라도 엄중히 평가되야 한다. 특히 허위사실 유포는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조직의 질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군형법이 상관명예훼손죄를 별도로 규정한 이유는, 군 조직의 통수 체계와 질서 유지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승우 대표변호사 프로필>
- 법무법인 법승 대표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도산전문변호사
- 대한 변리사 자격 취득
- 사법연수원 제37기
- 서울대학교 법학 전문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30기)
- YTN <이승우 변호사의 사건파일> 라디오 진행
- TBN 한국교통방송 라디오 고정 출연
- KBS, SBS, MBN, YTN 등 다수 방송 출연
※ 본 칼럼의 내용은 실제 사안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참고하여 각색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