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방신문=송국진 기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야권으로부터 탄핵 추진 압박을 받는 가운데 12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장관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태에서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과 정부 취재에 따르면 이날 이 장관이 대통령실에 직접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에 대한 책임론을 앞세워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을 우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회법상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관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관은 사퇴하거나 해임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이면 이 장관은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첫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 지 1년 4개월만에 물러나게 된다.

신임 장관이 취임하기 전까지 국방부는 신범철 차관 대행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탄핵 얘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장관이 안보 공백 사태를 우려해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장관은 만약 탄핵 정국이 된다면 국방부가 4∼5개월 장관 공백 사태가 발생하는데 안보 공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추진 논의와 여권 일각에서 ‘자진 사퇴론’이 거론되는 것이 이 장관의 거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충남 계룡대를 방문해 박정환 육군총장과 이종호 해군총장을 비공개로 만나 자신의 심경 피력과 함께 당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이 육·해군 총장과 비공개 회동에 이어 자신이 근무했던 7군단과 2사단을 방문한 것은 ‘고별 방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이 장관은 지난해 북한 무인기 도발에 따른 ‘책임론’을 걷어내고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으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외압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하게 됐다.

이 장관은 채 상병 순직 관련 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조사 결과를 결재까지 하고도 다음날 돌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결국 외압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

이 장관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과 육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등으로 국회에서 질타당한 바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 탄핵은 국민의 명령으로 이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후임 장관으로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3성 장군 출신인 신 의원은 국방부 정책기획관,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참차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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